“핵심 인력 50명만 확보하면 세계를 정복할 수 있습니다.”
가상현실(VR) 오디오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대표가 한 말이다. 그를 포함해 세계 오디오 기술 혁신을 주도할 만한 연구자는 모두 합해도 50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로봇 등 다른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영역별로 '네임드' 교수와 그 제자들이 업계를 이끌고 있다. 유명 연구자가 소속을 옮기기라도 하면 크게 이슈가 될 정도다.
이 때문에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기술 선진국은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경쟁에서 한국은 지금까지 뒤처졌다. 핵심 기술 분야에서 '네임드'는 고사하고 당장 실무에 투입할 인력조차 없어 허덕이고 있다. 국내 인재마저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위기의식이 높아졌다.
그동안 수많은 지원과 산업 발전이 뒷받침해 온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도 인력 유출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 과정에서 기업과 개인이 기술 유출 여부를 놓고 다투는 등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장기 발전을 고려하면 인재 양성이 가장 시급하다. 개발 인력 풀이 두터워야 네임드도 나오고 실무 인력도 나온다. 정부도 이 점을 인지, 관련 학과 개설과 지원을 확대하고 단기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문제 해결에서 근본은 기업의 매력을 키우는 일이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글로벌 수준에 맞는 돈을 들고 가도 쉽게 AI 핵심 연구자를 확보하지 못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인재 부족을 돈 문제로만 치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연봉은 직관으로 알 수 있는 매력 포인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기업이 얼마나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개인 발전과 일치시키는지가 더 중요하다. 축구 선수들이 영국, 스페인 리그에 서로 가려고 하는 것은 단지 연봉 때문만이 아니다. 중국 축구 리그가 돈을 많이 줘도 '스타 플레이어' 영입에 한계가 있다. 우리 기업 스스로 인재에게 얼마나 매력을 끄는 곳인지 돌아봐야 한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