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금융개혁은 더욱 더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으로 인한 회계 감사의 불확실성과 삼성증권 유령배당 사태로 인한 공매도 규제 등 굵직한 현안이 연이어 터지면서 자본시장 개혁은 오래전에 물건너 간 분위기다.
특히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 재임 당시부터 금융투자업계가 꾸준히 강조했던 원칙 중심의 네거티브 규제 도입은 이야기조차 꺼내기 어려운 현실이다. 네거티브 방식 규제는 혁신 서비스는 우선 허용하되 원칙을 벗어난 서비스에만 사후 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은 그간 자본시장의 혁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초석으로 꼽혔지만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더 이상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논란이 대표 사례다. 국제회계기준(IFRS)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를 두고 재무제표 작성 기업과 금융감독당국은 완전히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 측은 당시 회계처리가 IFRS 내에서 재량권을 가질 수 있는 범위라고 주장한다. 반면 금감원 측은 분식회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일선 현장과 금감원이 하나의 원칙을 두고 해석을 달리하는 사이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정책 집행의 예측 가능성을 담보해야 할 금융당국의 수장은 금감원의 갑작스런 사전 조치 결과 공개에도 “금융위가 책임질 일”이라는 말 외에는 이렇다 할 조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금융당국의 불명확한 태도는 회계처리 부분 뿐만이 아니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핵심 신규 서비스 가운데 하나인 종합금융투자계좌(IMA) 도입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현행 법령 상 IMA 도입이 가능한 것은 자기자본 8조원이 육박한 미래에셋대우가 유일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문제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해소되지 않아 단기금융업 인가가 불투명한 만큼 IMA 출시도 불가능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실제 내부 논의도 진척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사실상 IMA에 대한 구조와 투자 대상 등 세부 사항에 대한 논의 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지배구조 문제와는 상관 없이 내부 논의 자체가 상당히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금융산업 진입정책 평가에도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금융산업의 경쟁도를 평가해 혁신 사업자의 진입을 유도하기보다는 지나치게 소비자 보호에만 방점이 찍혔다는 반응이다.
실제 금융위가 금융산업 진입정책 개편을 위해 출범한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의 절반 가량은 소비자 보호 관련 단체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사실상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하다 보니 시장에도 명확한 신호를 주지 못하고 있다”며 “우선은 당국 눈치만 살피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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