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삼성전자 차세대 스마트폰 개발 투톱 레이스 체제로

노태문 삼성전자 부사장
노태문 삼성전자 부사장

“노태문 부사장이 긴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연중에 이례적으로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하자 삼성 안팎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박길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이 1여년 만에 구미 사업장에서 수원 본사로 다시 올라와 '글로벌 하드웨어개발팀장'으로 중저가 스마트폰 기획과 개발을 맡은 것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노 부사장이 개발실장으로 총괄하는 모양새지만, 박 부사장이 삼성전자가 다시 강화키로 한 보급형 스마트폰 사업을 사실상 독자 추진하기 때문이다.

무선개발실장 자리는 신종균 사장, 고동진 사장이 거쳐간 무선사업부의 '요직'이다. 이곳을 거쳐야만 무선사업부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삼성전자는 비정기 보직 인사는 언제든 이뤄진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두 사람 경쟁 구도를 아는 이들은 의미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삼성 스마트폰 하드웨어 개발 양대 축을 말하자면 노태문 부사장과 박길재 부사장이다. 두 사람 모두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받고 30대에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나이는 박 부사장이 노 부사장보다 두 살 많다. 상무보는 박 부사장이 1년 먼저 달았지만 두 사람 다 2010년에 정식 상무로 선임됐다. 박길재, 노태문은 각각 2013년 말, 2012년 말에 부사장직에 올랐다.

노태문 부사장은 프리미엄, 박길재 부사장은 중저가폰 개발에 주력해왔다. 투톱 체제였다. 그러나 2015년 말 무선 개발실장을 맡았던 고동진 사장이 무선사업부장직을 맡으면서 개발실은 소프트웨어를 맡는 개발1실과 하드웨어를 맡는 개발2실로 쪼개졌다. 개발2실장 자리에 노 부사장이 앉았다. 박 부사장은 개발2실 담당 임원으로 있다 지난해 구미로 내려갔다.

박길재 삼성전자 부사장.
박길재 삼성전자 부사장.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정에 밝은 한 부품 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원래 둘이 투톱이었지만, 개발2실장에 노 부사장이 앉으면서 경쟁 구도가 기울어졌다”면서 “지난해 박 부사장이 구미로 내려가고 지난해 연말 노 부사장이 개발1실과 2실을 통합한 개발실장 자리에 오르면서 차기 무선사업부장은 이미 정해졌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6월 1일자로 박 부사장이 본사로 다시 올라와 무선 개발실 아래 글로벌 하드웨어개발팀장직을 맡게 됐다는 점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보직이동 시기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5월 3일 중국 스마트폰 매장에서 샤오미 등 중저가 제품을 두루 살펴봤다. 이 부회장은 중국 현장방문에서 중국 스마트폰이 비슷한 품질을 내면서도 가격경쟁력이 낮은 이유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 부사장 보직 이동은 그 이후 1개월도 채 안돼 이뤄졌다.

최근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위기다. 프리미엄은 '바뀐 것이 없다'는 혹평을 받으면서 판매량이 신통치 않다. 중국, 인도, 동남아 시장을 개척할 중저가폰 역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개발실 책임론도 고개를 든다.

박 부사장은 우선 중저가폰에만 집중한다. 중국, 인도, 동남아 시장을 개척할 신규 중저가 스마트폰을 기획할 예정이다.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 이후 보수적으로 변한 부품 수급 전략이 바뀔지도 관심사다. 이 사건 이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신규 부품 공급사 등록을 까다롭게 바꿨다.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부사장이 이끄는 글로벌 하드웨어개발팀이란 조직 이름은 새로 생긴 것이지만, 하는 역할은 과거 하드웨어를 맡았던 개발2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성과를 낸다면 향후 삼성 무선사업부 내 권력구도가 바뀔 수 도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 이유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