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 화두다.
정부는 경제성장을 위해 혁신을 내세웠다. 야당도 6·13 지방선거 패배의 아픔을 씻기 위해 혁신을 내세웠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축구 국가대표팀도 혁신하겠다고 했다.
사회 곳곳에서 묵은 풍속·관습·조직·방법 등을 바꿔 아주 새롭게 하겠다며 혁신을 말한다. '혁신의 시대'다.
문제는 말뿐인 혁신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혁신이라 함은 이전의 상태보다 확연히 다른 것이어야만 한다. 변화 없는 혁신, 나 빼고 혁신은 혁신이 아니다.
혁신성장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부와 국회는 규제 완화에 소극적이다. 여러 가지 걸림돌이 많다지만, 혁신성장이 그들의 논리처럼 가장 중요한 가치였다면 지금까지 미뤄둘 수는 없는 일이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국민의 눈높이에서 혁신하겠다는 야당도 마찬가지다. '나 빼고 혁신'만이 가득하다. 비대위원장 혹은 당대표만 바꾸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는 여당을 따라잡을 수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다음 번 국가대표 감독 선임을 위해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혁신을 하겠다고 했다. 정작 협회 내부에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정부나 야당도 마찬가지다. 혁신을 하겠다면서 책임있는 역할을 맡거나 혁신을 위해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사람은 보이질 않는다.
한국당 한 의원이 최근 긴급 보도자료를 냈다. 자신을 '친박'이라 규정하지 말아달라는 반박이었다. 혁신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과거 세력과의 단절에만 신경 쓴다.
야당 한 의원은 최근 동료 의원에게 질렸다고 했다. 당의 혁신을 말할 때 앞과 뒤가 다른 모습을 너무나 많이 봤기 때문이다.
혁신의 목표는 사람이나 사물의 긍정적 변화가 함께 있어야 한다. 말뿐인 혁신은 국민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다. 국민 관심에서도 벗어날 수밖에 없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