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불치병으로 알려져 왔던 파킨슨병, 치매 등 변성단백질 응집체 축적으로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의 진행을 막고 건강한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항구적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
서울대 화학부 홍병희 교수, 유제민 박사과정생은 존스홉킨스 의대 고한석 교수, 김동훈 박사 연구팀 등과 함께 '꿈의 신소재'라고 불리는 그래핀양자점 형태를 파킨슨병 치료제로 개발하는 연구를 5년간 수행했다.
연구팀은 그래핀양자점이 파킨슨병 원인 단백질인 알파시뉴클레인 변성에 의한 비이상적인 섬유화 응집을 막을 뿐 아니라, 이미 생성된 응집체를 정상 단백질 단량체로 풀어내 파킨슨병에 획기적인 치료효과를 보인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기존 퇴행성뇌질환 치료제와는 완전히 다른 작용기전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그래핀양자점은 원인 단백질을 제거하기보다 변성 혹은 미스폴딩된 단백질 섬유화를 막아준다. 이미 형성된 단백질 섬유를 풀어 정상 단백질 단량체로 돌려놓는다. 원래 단백질 순기능을 그대로 유지시키고 부작용을 최소화한다.
이러한 열역학적 치료메커니즘은 비정상적 섬유화 과정이 극단적인 엔트로피(무질서도) 감소를 수반해 화학평형 변화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질병이라는 점에서 파킨슨병 뿐 아니라 알츠하이머, 루게릭을 포함한 다양한 단백질 섬유화 관련 질병에 적용 가능하다. 도파민 등을 투여해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기존 치료방법을 넘어 근본적이고 항구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진은 벤처기업 바이오그래핀를 설립해 국내 전임상시험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한 후 미국 FDA 승인을 목표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글로벌 신약개발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