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순위에서 중국 게임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11일 기준 구글 플레이 매출 30위 안에 중국 게임 10개가 이름을 올렸다. 최근 3개월 내 30위권에 오르내린 게임까지 합치면 더 늘어난다. 과거 한국 중견 개발사가 차지했던 자리를 전부 중국 기업이 꿰찼다.
앱분석 업체 아이지에이웍스는 작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중국 게임 136개가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고 분석했다. 한 해 동안 벌어들인 금액을 1900억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3년 전만해도 중국 게임은 국내 게임과 견줄 '급'이 아니었다. 중국향과 국내 사용자 거부감이 큰 비즈니스모델(BM)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장은 급변했다.
웹게임 시절부터 축적한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기술력은 모바일 게임 최적 UI, UX로 연결됐다. 정립한 콘텐츠는 제품생애주기(PLC)와 일간이용자(DAU),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 성장을 이끌었다. 거대 내수시장에서 서비스 경험과 데이터를 얻었다.
게임사는 중국 내 경쟁이 치열해지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도탑전기'는 대규모 마케팅으로 시선을 모았다. 지금은 익숙한 월정액 모델을 대중적으로 전파했다. 국내 기획자 사이에서 중국 게임 BM 연구가 이어졌다.
중국 퍼블리셔가 한국 지사·연락소 설립을 가속화했다. 중국 특유 색채를 옅게 만들어 외형상 전혀 구분할 수 없어졌다. 지금은 오히려 중국 게임이 더 '세련'된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중국은 이제 경계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벤치마킹할 대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게임사는 게임광고 통념을 흔든 톱스타 마케팅을 했다.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대세감, 화제 형성에 집중했다. 전략은 주효했다. 이후 타깃층을 겨냥하는 모델, 연예인 마케팅이 줄줄이 이어졌다.
개발 속도나 마케팅 물량전을 따라갈 수 없는 국내 중견 기업은 중국 게임에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중국 게임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국산 게임은 중국으로 진출도 못 했다. 중국 정부는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사드가 촉발한 한한령(限韓令) 이후 정식 수출길이 막혔다. 판호발급이 중국국가신문관전총국에서 중앙선전부로 바뀌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은 한국 게임의 대표 수출지였다. '미르의전설2'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지금은 '리니지2 레볼루션' 등 중국 시장을 준비하던 게임들은 개점휴업 상태다.
중국의 한국 공습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기술력과 개발 속도는 막강하다. 쌓은 데이터도 늘었다. 무엇보다 국내 사용자들이 중국 게임에 익숙해졌다.
중국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영원한 7일의 도시'만 봐도 퀄리티가 국산보다 좋다”며 “수준급 게임을 한국보다 50% 이상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한국 시장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을 통한 퍼블리싱이든 지사 형태든 진출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 예상했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앞으로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았다.
그는 “IP, 개발역량, 기술력 등이 한국보다 월등히 앞선다”면서 “하반기 이미 일본, 대만 등에서 순위에 올라있는 중국 게임들이 한국 지사를 통해 더 적극적으로 들어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표1. 주요 게임사 2분기 예상실적 (출처 업계, 증권사 종합)
표2. 구글 플레이 매출순위 30위 이내 중국 게임사 게임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