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개발한 신기술의 비밀을 지키지 못해 특허권이 무효화 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를 출원하기 전에 기술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보안 관리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허심판원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5년 동안의 비밀유지의무를 둘러싼 특허무효심판 내용을 분석한 결과, 총 61건 가운데 48%에 달하는 29건이 비밀관리 소홀로 특허 무효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무효 처리된 29건 가운데 79%는 중소기업 특허였다.
특허는 신규성 요건을 충족하는 새로운 기술에 부여한다. 다른 사람에게 알려진 기술은 특허로 인정받지 못한다. 특허를 받았더라도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이미 알려져 있는 기술로 밝혀지면 심판절차를 통해 신규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효가 될 수 있다.
실제 특허 무효심판 단계에서 기업 내부 자료가 신규성 상실의 증거로 제출되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 A사는 개발한 신기술을 특허 출원하기 전에 B사와 공급계약부터 체결하면서 계약서에 비밀유지 조항을 빠뜨려 획득한 특허가 무효화 됐다. 신규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또 C사는 특허 출원 전에 구매 예정업체에 신제품 매뉴얼을 제공하면서 비밀유지 경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D사는 공공기관에 신제품 기계를 설치해 사용자 반응을 확인한 후에 특허를 출원해 등록했다가 특별한 비밀관리 조치를 취하지 않고 외부인이 내부 구조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상태로 방치했다는 이유로 특허가 무효화 됐다.
특허청은 중소기업도 무효심판 절차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기술보안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내부 자료에 비밀표시를 해 두거나 사업제안서와 납품 계약서 등에 비밀유지 의무조항을 반드시 넣는 조치를 일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허청은 이를 위해 원본증명서비스, 계약서 표준서식, 해외 파트너 기술협상을 위한 IP 비즈니스 계약서 가이드북, 영업비밀 유출분쟁 법률자문 지원제도, 전국 24개 지역 지식재산센터 중소기업 IP 바로지원서비스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박형식 특허심판원 심판장은 “비밀유지의무를 둘러싼 특허무효 분쟁은 협력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동업자끼리 다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내부 비밀자료 때문에 소모적인 특허분쟁이 일어나거나 특허가 무효화 되지 않도록 기술비밀 유지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양승민기자 sm104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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