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벤처캐피털(VC)들이 2000년 닷컴시대 이래 가장 큰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벤처캐피털협회(NVCA)와 금융데이터회사인 피치북이 공동 조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미 VC들은 273억달러(약 30조6000억원)를 투자했다.
이는 지난 10여년간 조사했던 2분기 벤처투자 금액 중 최고 기록이다. 지난 1분기 투자 금액까지 합치면 올해 들어 스타트업에 575억달러(약 64조500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이는 닷컴 시대 이후 상반기 투자 금액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 추세대로라면 작년 전체 벤처 투자금액인 819억달러를 넘어서는 것도 내다봤다. 닷컴버블 붕괴 이후 벤처 투자 금액이 800억달러를 넘었던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유니콘 스타트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많았지만, 초기부터 후기까지 모든 단계의 투자 규모가 고르게 증가했다.
협회는 미국 내에서 스타트업의 상장 규제를 완화해준 '잡스법'에 대한 규제 강화 논란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 투자 환경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또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자금 회수도 순조로웠다.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VC 투자 여력이 부족하지 않은 것도 올해 시장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VC업계는 지난 분기에만 108억달러를 모금했는데, 이는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를 포함하지 않은 액수다.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첨단기술 산업에 1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이는 VC업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모금에 나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분석했다.
비전펀드와 경쟁하기 위해 오래 전에 설립된 VC들까지 더 큰 규모의 펀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어사이트캐피털과 메리테크캐피털은 지난 분기에 각각 6억68만달러와 6억3000만달러의 펀드를 모금했는데, 이는 해당 VC들이 과거에 투자했던 펀드보다 큰 규모다. 이번 분기 자료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유명 VC인 세콰이어캐피털도 80억달러 규모의 펀드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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