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논란 끝에 8350원으로 정해졌다. 올해 7530원에 비해 10.9%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리 수 인상률을 기록하며 사상 첫 8000원대에 진입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지만 어느 쪽에서도 박수 받지 못했다. 경영계와 소상공인은 '분노' '허탈' 등을 언급하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사업별 구분적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은데다 두 자릿 수 인상률까지 이뤄지자 '불복'의 뜻을 밝혔다. 노동계는 반대의 의미로 '최악의 인상률'이라며 '참담하다'고까지 했다. 외형상만 두 자리 수 인상일 뿐 산입범위 확대로 실질 인상효과는 낮다는 주장이다.
양측의 불만은 예견된 일이다. 가깝게는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회의에 불참하면서지만 거슬러 가면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이 마련되면서다.
문 대통령 의지대로 2020년까지 1만원 시대를 이루려면 내년 최저임금은 8670원 수준으로는 올라야 한다는 분석이다. 노동계에서 '공약폐기'라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현 흐름에서 2020년 1만원을 달성하려면 역대 최고 수준 인상률이 필요하다. 지금 벌어지는 논란을 보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이제 공은 청와대로 넘어왔다.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 축이다. 최저임금을 올려 소득주도성장을 뒷받침한다는 계획은 이상적이나 현실은 달랐다. 경영계 반발에서 보듯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은 이를 뒷받침할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 내 기업, 내 점포가 당장 문을 닫을 상황인데 누가 일자리를 늘리겠나. 줄이지 않으면 다행이다.
경제부총리까지 논란을 무릅쓰고 '속도조절'을 주문했던 최저임금 인상이다. 공약은 지켜야 하지만 억지로 맞춰서는 곤란하다. 이제라도 냉정히 달성 여부를 고민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청와대는 15일에는 최저임금 관련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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