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최저임금 업종별·규모별 구분적용"...중소기업계 호소에도 중기부는 '묵묵부답'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저임금 모라토리움을 선언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저임금 모라토리움을 선언했다.

중소기업계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만나 최저임금 인상 후속대책을 강하게 요구했다. 중소기업인은 정부의 유보적 반응에 불만을 토로했다.

중기부는 최저임금 업종별·규모별 구분 적용 제도화와 같은 핵심 건의사항에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소득주도성장론을 지속 추진하려는 정부 입장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 애로에 직면한 중소기업 현실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中企, 최저임금 업종별·규모별 구분 적용 제도화 시급

중소기업중앙회는 1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2019년 최저임금 인상, 중소기업 긴급간담회'를 열고 홍 장관에게 최저임금 고율인상에 따른 후속대책을 긴급 건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중소기업 단체장과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등 15명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중소기업인은 홍 장관에게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노동자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는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을 존폐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한계상황에 다다른 지금의 어려움에 대해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인상을 당연시 하고 시작하는 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최저임금 업종별·규모별 구분 적용 제도화 도입을 강하게 촉구했다.

1~4인 규모 기업의 최저임금 미만율이 전산업의 평균 2배를 넘는 상황에서 단일 최저임금제 적용과 급격한 인상은 소상공인을 범법자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앞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경영계와 사용자위원은 △최저임금 미만율(전산업 평균 이상, 20% 이상, 30% 이상) △1인당 영업이익과 1인당 부가가치가 전산업 평균 미만 △소상공인 비중(50%, 70%, 80% 이상)을 모두 충족하는 업종에는 최저임금 적용을 구분 적용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공익위원이 심의를 거부하면서 결국 제도 도입은 무산됐다.

이 밖에도 중소기업계는 △일자리 안정 자금 제도 개선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카드가맹점 우대수수료 적용대상 확대 △온라인 영세자영업자 결제수수료 부담 완화 △소상공인 임대차 및 영업권 보호 강화 등 후속 대책을 건의했다.

[이슈분석]"최저임금 업종별·규모별 구분적용"...중소기업계 호소에도 중기부는 '묵묵부답'

◇실권 없는 중기부, 중소기업 어려움 호소에 '묵묵부답'

중소기업계의 잇따른 건의에 홍 장관은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해주면 국무회의에 보고해 대책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답하는데 그쳤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제시한 핵심 건의안건인 최저임금 업종별·규모별 구분 적용 제도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을 내놓지 못했다. 구분 적용을 비롯한 중소기업의 건의사항 대부분이 중기부 소관 업무를 벗어나 타 부처와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최저임금이 16.4% 인상됐을 당시에도 나왔던 내용이지만 소관 부처가 아니라 협의가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진전된 사항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소기업으로부터 이날 건의사항은 최저임금 인상이 급격하게 이뤄졌던 지난해부터 계속해 제기됐던 내용이거나 제도 시행에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편의점과 슈퍼마켓 대부분은 지난해 정부가 실시한 카드가맹점 우대수수료 적용대상 확대에 따른 혜택을 얻지 못하고 있다. 담배소비세 상승으로 인해 매출까지 덩달아 상승하면서 대다수 편의점은 우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도입된 일자리안정자금도 국회에 지원 상한선이 3조원으로 묶여 있어 정부가 지원 규모 확대를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지부진하게 이뤄지는 정부 후속대책 마련에 중소기업계는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중소기업인은 “찔끔찔끔 정부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아예 1만원에 맞춰 정부 대책을 세워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중기부는 소득주도성장론을 재검토해달라는 건의에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홍 장관은 “소득주도성장론을 부정하는 것은 서민을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임금이 오른 만큼 노동자는 사업주와 힘을 합쳐 생산성과 매출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소기업 상품 구매 운동,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복지수당 지급, 구내식당 휴무일 확대 등을 제안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기부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정책이 얼마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과연 중기부가 내각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얼마나 전달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며 “적어도 업종별,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에 대한 입장이라도 속 시원히 밝혀줬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