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김정욱 KDI 규제연구센터장 “영향분석 기반 규제혁신 정책으로 '기울어짐' 막아야”

김정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센터장.
김정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센터장.

규제개혁은 역대 어느 정부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 한 '까다로운 과제'로 꼽힌다. 의욕적 시작과 달리 끝은 대체로 실망스러웠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 불 붙인 '규제혁신'에 기대와 우려가 겹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정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센터장은 규제혁신이 성공하려면 '제도 정비'보다 '문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 제도는 이미 잘 갖춰졌다는 평가다. 중요한 것은 규제를 발굴·해결하려는 정부의 적극적 자세라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현장에서 규제를 적극 발굴·해결하려는 공무원 문화 변화가 필요하다”며 “그동안 들어온 목소리·논의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시각의 얘기도 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혁신은 '투트랙' 접근을 제안했다. 오랜기간 결론을 내지 못 한 해묵은 과제는 시한을 정해 처리하고, 동시에 긴 호흡으로 추진할 새로운 핵심규제를 발굴·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규제혁신 성과는 '한시적'이라 꾸준함도 중요하다고 밝했다.

“상품·서비스의 생애주기가 짧다. 규제혁신을 해도 2~3년 후에는 효과가 줄어든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 규제혁신이 필요하다. 과거 상품·서비스 변화가 10년 주기였다면 지금은 더 짧아졌다. 더욱 더 해당 영역에 대한 규제혁신, 선진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규제혁신 정책은 편의(偏倚, 기울어짐)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득권이 향유하는 규제가 좀처럼 깨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았다.

김 센터장은 “규제혁신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 의견을 듣고 공론화하면서 편의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기득권은 목소리를 낼 역량이 있지만 실제 규제혁신 수혜층은 잠재적이거나 산재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득권 등 이해당사자 의견만 들으면 규제혁신 방향이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결 방안으로 객관적 규제 영향분석에 근거한 정책 추진을 꼽았다.

김 센터장은 “수혜자·기득권 이익을 공고히 하는 규제를 깨는 방안은 산업분석에 기반한 규제 영향분석의 내실화”라며 “규제 영향분석에 기반한 규제 혁신 정책이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우에 따라 차등화 정책도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규제 영향분석에 근거해 정책을 추진할 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편의가 생길 수 있다”며 “똑같은 규제로 동일한 비용을 지불해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느끼는 부담은 크게 차이가 난다. 이런 경우에는 차등화 방안 등도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 혁신이 가장 필요한 산업분야로는 금융·의료·데이터 분야를 꼽았다.

김 센터장은 “금융 분야에서 각종 사업을 잘 할 수 있는데 규제 때문에 막혀있다”며 “금융 전반에 안정성이 중요하긴 하지만 혁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 분야도 개방, 규제 혁신이 이뤄지면 효과가 클 것”이라며 “데이터 공유를 가로막아 민간의 창의적 활용을 저해하는 문제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