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유니콘기업 3위는 우버와 디디추싱에 이은 중국 인터넷플러스다. 주로 메이퇀뎬핑으로 알려져 있는 소셜 커머스 회사다. 기업 가치 300억달러(약 32조원)의 거대 기업이다. 이 회사는 창업가 왕싱이 2010년에 창업한 메이퇀과 뎬핑의 합작으로 출범한 전자상거래 기업이다.
왕싱은 2018년 현재 중국에서 50위권 안에 들어가는 부호다. 자산 가치 4조원이 넘는다. 칭화대 학부 출신으로서 2004년 미국 델라웨어대 석사 과정을 마치고 32세에 곧바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메이퇀 이전에 이미 창업을 세 번 경험했다.
그의 창업은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 모형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모방해 중국에 시도한 것이다. 메이퇀 또한 미국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던 '그루폰'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했다. 뎬핑은 미국 '엘프'와 유사한 지역 정보 회사다. 이 두 회사가 2015년에 합병했고, 세계에서 가장 큰 소셜 커머스 회사가 됐다.
소셜 커머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 서비스 업체나 공동 구매 등을 통해서 할인해 주는 전자상거래 서비스 형태다. 우리나라의 쿠팡 초기 모형이다. 소셜 커머스의 원조인 그루폰의 시가총액이 26억달러를 상회하고 있는 반면에 인터넷플러스의 기업 가치가 300억달러라는 것은 이 회사의 성공이 얼마나 특별한 지를 대변해 준다.
'숍킥'이라는 기업을 창업한 후 SK플래닛에 매각한 시리아크 뢰딩은 중국의 창업 생태계를 돌아보고 앞으로 실리콘밸리와 진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벤처 생태계가 베이징이라고 단언했다. 거대 시장뿐만 아니라 베이징대와 칭화대라는 명문 대학 인재들이 창업정신으로 충만하고, 거기에 글로벌 자금이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대 정부의 창업 정책이 실패한 데는 이러한 인재와 자금의 집중이라는 생태계 구조를 무시한 것도 한 원인이다. 정치 논리로 분산된 창업 생태계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혁신 기업이 탄생하지 못한다.
뢰딩이 중국을 경계하는 이유는 중국의 속도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5~8년 만에 만들어지는 반면에 중국에서는 3~5년이면 거대 스타트업이 탄생한다. 우리나라 정부의 규제는 이러한 속도를 애초에 불가능하게 한다.
미국의 성공 벤처 창업가가 본 중국은 '일과 생활의 균형'이라는 '워라밸'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회의는 언제나 가능하고, 칭화대의 창업 공간과 베이징대 앞 창업 카페 불은 꺼지지 않는다. 중국 창업 기업 직원은 '9·9·6'으로 일한다. 오전 9시~오후 9시, 주 6일 근무한다. 창업가들은 9·11·6.5, 즉 오전 9시에서 밤 11시까지 주 6.5일 일한다. 제품이 완성될 때까지 호텔 방에서 합숙한다. 퇴근 없는 중국의 벤처 현장이다.
왕싱은 그루폰을 모방하려는 수백 개의 경쟁 기업을 단시간에 제압하면서 시장을 장악해 갔다. 그는 초기 전자상거래 회사들처럼 마케팅으로 시장을 선점한 것이 아니라 그루폰과 다른 차별화 모습으로 빠르게 전환했다. 뎬핑의 지역 정보를 결합해 여행에 필요한 서비스를 고객 개인의 요청에 따라 공급하는 '온 디멘드' 회사로 혁신을 거듭했다. 미국이 먼저 시작한 드론 시장에 스마트폰으로 사용이 편리한 드론을 만들어서 시장을 선점해 가고, 미국 기업을 따돌리는 DJI와 같은 또 하나의 혁신 스피드로 승부를 걸었다.
거대 기업의 탄생은 거대 자본의 유입 없이 이뤄지지 않는다. 메이퇀은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투자회사 세쿼이아캐피털의 초기 투자를 비롯해 2016년까지 자금이 33억달러(3조7000억원) 투입됐다. 대기업은 처음부터 대기업으로 탄생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웅변하고 있다.
6억명의 등록 고객, 450만개 기업 파트너, 매달 3500만명 이상이 메이퇀 앱을 사용한다. 메이퇀은 최근 자전거 공유 서비스 회사를 인수, 또 다른 변신을 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로 벤처 지원 정책을 펼치고, 규제는 개혁 기미가 없어 보인다. 중국 인터넷플러스가 한국에 월드컵 경기의 퇴장 명령인 '레드카드'를 내미는 것처럼 보인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