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8일 발표한 '하반기 이후 경제여건 및 정책방향'과 '저소득층 일자리·소득지원 대책'에 담긴 경제상황 평가에는 위기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성장률, 취업자 증가폭 등 주요 전망치 하향 조정이 불가피했음을 보여준다.
4조원 규모 재정보강,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경기 활력을 높이기 위한 일부 대책이 눈에 띈다. 그러나 위기감과 비교해 대안은 전반적으로 부실하다는 평가다. '돈 풀기' 방식과 '한시적 효과'만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이 많다. 혁신성장은 '가속화'를 강조하면서도 세부 사업은 차후 발표·추진한다고 밝혔다.
◇암울한 한국 경제
정부는 상반기 경제운용에 대해 “사람중심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했고,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했다”고 총평했다. 그러면서도 “패러다임 전환이 효과를 내기까지 시차가 존재한다”며 “기업 활력 약화, 이해대립 등으로 체감할 만한 혁신성장 성과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실제 경제 부문 곳곳에서 '경고음'이 커지는 상황이다.
수출은 확대 추세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정체'라는 평가다. 소비도 외형으론 증가하고 있지만 숙박·음식과 같은 내수밀접 소비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그간 경제성장에 기여해 온 건설·설비 투자는 부진을 지속했다. 일자리 증가폭은 5개월 연속 10만명대를 보이며 '최악의 고용난'이 계속됐다.
이날 합동브리핑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으로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다”며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고, 고용이나 소득분배 부진도 단기간 내에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 통상마찰,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 등으로 국제무역·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고 시장과 기업 경제 마인드가 살아나지 않으면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 전망치, 줄줄이 '하향조정'
정부는 이런 평가를 반영, 주요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조정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은 종전 3.0%에서 2.9%로 낮췄다. 내년은 이보다 낮은 2.8%로 예상했다. 올해와 내년 모두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전망치와 같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보다 0.1%포인트(P) 낮은 수준이지만 상징성에서 차이가 크다. 우리 경제는 2015~2016년 2년 연속 2%대 성장률을 기록하다 지난해 겨우 3%대를 회복(3.1%)했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가 “정책 노력으로 당초 전망인 3.0% 성장경로로 가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 있다.
김 부총리는 그동안 전망이 사실상 '장밋빛'이었음도 고백했다.
김 부총리는 “과거에는 통상적으로 앞으로 쓸 정책 효과까지 반영해 비교적 낙관적 전망을 했다”며 “이번에는 경제상황을 현실적이고 냉정하게 있는 그대로 전망하고 이를 토대로 한 정책방향”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월평균 취업자 증가폭 전망치도 종전 32만명에서 18만명으로 14만명 낮췄다. 고용률 전망도 67.3%에서 66.9%로 하향 조정했다. 경상수지는 당초 790억달러 전망에서 640억달러로 낮췄다.
◇개소세 감면 등 눈에 띄지만…경기활력 살아날까 '의문'
정부는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기금운용계획 변경 등 약 4조원 규모 재정보강을 추진한다.
기금 변경 규모는 3조2000억원이다. 주거, 구조조정 지역·업종 등을 대상으로 초과 수요가 있는 융자사업 중심으로 지원을 확대한다. 6000억원 규모 공기업 투자에 나선다. 주거, 안전설비와 미세먼지·오염저감 분야 등 국민 생활에 밀접한 분야 중심으로 투자한다.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7% 중반 이상 늘릴 계획이다. 46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소득층을 위해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 대상은 기존 166만 가구에서 334만 가구로 확대, 지원 규모를 1조2000억원에서 3조8000억원으로 늘리는 계획도 눈에 띈다.
소비 진작 차원에서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승용차 개소세를 5%에서 3.5%로 인하한다. 대상은 경차를 제외한 승용차, 이륜자동차, 캠핑용자동차 등이다. 개소세 인하로 올해 민간소비는 0.1~0.2%P, GDP는 최대 0.1%P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다. 이밖에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도 지원한다. 폐차 후 신차 구입 시 개소세를 70% 감면해 줄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 획기적 대책은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금 변경, 확장적 예산 편성은 종전 정부가 추진해온 '돈 풀기' 방식이다. 승용차 개소세 감면은 경기부양 효과가 커 정부가 자주 활용하는 대책이지만 혜택이 사라지면 '소비 절벽'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혁신성장을 가속화 하겠다”면서도 주요 대책 발표는 다음 달 이후로 미뤘다. 8월 규제혁신안,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 콘텐츠 수출 및 교류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규제 샌드박스' 입법 등은 종전 수차례 발표했던 내용이다.
EITC 지원 확대는 긍정적 평가가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저임금 인상은 필연적으로 EITC 확대를 수반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EITC 확대는 효과를 반감시킬 수밖에 없다”며 “세밀한 효과 분석으로 미비점을 보완하고 부정수급 근절 대책, 장기 재원조달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