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기획평가 수행 체계 개편 초안이 마련돼 조율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 안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3개 대형 연구관리 기관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3개 연구관리 전문기관이 하나로 통폐합된다. 정부는 연구기획평가 수행 체계 개편을 추진해 왔다. '1부처 1기관'을 전제로 놓고 세부 논의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우려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당초 의도와 달리 연구 특성을 살리기 어려운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기획평가 혁신 취지와 달리 물리 형태 통합에만 치중, 부처별 특성이 전혀 고려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기계 및 획일화된 통합안이라는 논란도 제기됐다.
각 기관이 추진하는 연구 특성을 무시한 물리 형태 통합만으로는 R&D 기획 분야 근본 혁신이 요원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과제에서 제시한 '부처 칸막이를 제거한 R&D 기획 체계 구축'을 실현하기가 더 어려운 구조란 의견도 있다. 조직 통폐합은 또 부작용을 동반한다. 이를 최소화하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서도 '1부처 1기관' 일방 통합 방식에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또 각 기관이 전문성을 기반으로 R&D를 기획하기 때문에 중복 과제 필터링이 문제가 아니라 융합 성과 부족함이 더 큰 과제란 주장도 나온다. 전문성 기반 융합을 추진하는 해외 R&D 체계와 방향성이 다르다는 평가다.
다음 달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연구기획평가 수행 체계 개편 최종안이 논의된다. 현재 마련된 초안대로라면 확정된 이후에도 부작용과 효율성 등으로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짙다. 1부처 1기관이라는 원칙은 좋지만 3개 기관이 통합한 초대형 기관이 탄생하면 '옥상옥'과 '관료화' 등 새로운 비효율성을 양산할 수 있다. 전문성 하락도 우려된다. 보여 주기 식 기관 통폐합이 아니라 연구 중복 방지와 효율화를 위한 시스템 개선에 주안점을 둔 절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