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휴가가 달라졌다…7말 8초는 옛말

수요 예측·탄력 생산에 사무직 연중 자율·생산직 탄력 운영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생활가전 생산라인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생활가전 생산라인

삼성전자와 LG전자 휴가 풍경이 달라졌다. 7월 말~8월 초에 일제히 휴가를 떠나는 모습은 옛 풍경이 됐다. 사무직은 연중 자율로 휴가를 사용하고, 생산직도 극성수기를 피한 탄력 일정으로 휴가를 정했다. 에어컨 최대 성수기인 한여름에 에어컨 라인까지 동시에 멈추고 휴가를 간다. 수요 예측을 고도화하고, 이에 맞춰 생산 라인을 탄력 운영하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8월 10~15일을 광주사업장 일괄 휴가로 정했다.

평소 7월 말~8월 초에 쉬던 일정을 약 2주 뒤로 미뤘다. 특히 올해는 예년에 시차를 두고 한여름이 지난 뒤 쉬던 에어컨 라인도 동시에 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장 가동을 일제히 정지하면 운영상 효율성이 높아진다”면서 “설비 가동과 경제성 측면에서 효율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7월 말에 평택 공장이 쉬고, 창원과 구미 공장은 8월 6~10일 쉰다. LG전자 역시 성수기 에어컨 라인도 함께 쉬기로 했다. 장치 산업 특성상 24시간 연속 가동해야 하는 태양광 라인만 휴가 없이 교대로 지속 가동한다.

그동안 생산 라인은 휴가가 집중되는 7월 말~8월 초에 대부분 쉬었다. 에어컨 라인은 성수기가 끝나는 8월 하순에 별도로 휴가를 갔다. 이런 풍경이 올해 달라진 것은 철저한 수요 예측과 이에 맞춘 탄력 생산 덕분이다.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예년보다 에어컨 생산 시기를 앞당겼다. LG전자는 2월부터, 삼성전자는 3월부터 에어컨 라인 풀가동을 각각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생산 물량이 여유로운 세탁기 생산 라인은 1주일 더 쉬면서 유휴 인력을 에어컨 라인 등으로 임시 전환 배치할 예정이다.

이는 소비자 에어컨 구매 패턴이 변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에어컨 판매량의 약 40%가 5월까지 판매됐다. 여름이 오기 전에 미리 에어컨을 구매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맞춰 풀가동 시점을 앞당겨 대응했고, 물량 부족 사태를 겪지 않으면서 극성수기인 한여름에도 미리 생산해 놓은 물량으로 시장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LG전자 관계자는 “에어컨 수요가 분산되면서 연중 생산 체제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무직 직원 휴가는 이미 '7말 8초'를 벗어난 지 오래다. 굳이 휴가철이 아니라 하더라도 각자 일정에 맞춰 원할 때 휴가를 쓸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생산 라인이 아닌) 일반 직원의 경우 원할 때 언제든 휴가를 쓸 수 있다”면서 “굳이 여름이 아니라 해도 계획에 따라 덜 붐빌 때나 기념일에 맞춰 쉴 수 있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