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청와대,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 실리 중심으로…비즈니스 논의 장으로 개편

청와대가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 규모를 '실용화'한다. 경제인 참여 형식에서부터 내용 구성까지 '실리'에 초점을 맞춘다. '대통령 중심 행사'에서 탈피, 양국 경제인이 사업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마당으로 개편한다.

청와대와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대통령 해외 순방에 참여하는 경제사절단 운영을 효율화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대통령 순방 시 기업인이 '들러리 선다'는 비판을 불식하고 비즈니스 실질 협력을 끌어내겠다는 의미다. 최근 대통령 해외 순방길에 장관 수행 규모를 대폭 축소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을 소수로 꾸려서 순방 세일즈외교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포석 일환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5일 대기업 실무 담당자들을 모아 경제사절단 운영 형태에 대한 문제점과 기업 애로 사항,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는 그동안 대통령 해외 순방 참석율이 높은 삼성전자, 현대차, LG, SK, 롯데, GS, 한화, CJ, LS 등 대기업 실무진이 참여한다.

지난 12일 싱가포르 국빈방문 기간 열린 한-싱가포르 비즈니스포럼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춘추관>
지난 12일 싱가포르 국빈방문 기간 열린 한-싱가포르 비즈니스포럼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춘추관>

대한상의는 해당 기업 담당자에게 순방 참여 임원들의 정확한 피드백을 요청했다. 현장에서 느낀 불만족 사항과 개선점 도출에 방점을 두고 있다. 사절단 명칭에서부터 순방 행사 형식 및 분위기 등이 전면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은 대통령 해외 순방에 참여하기 위해 최소 2박 3일 이상 일정을 투입한다. 사내 어떤 임원이 참여할지를 두고도 매번 고민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두 달에 걸쳐 대통령 해외 순방이 있다 보니 '임원 돌려 막기'로 순방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안 가면 눈치 보이고, 가려면 '급'과 수행원 등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경제사절단으로 참석할 경우 기업인은 비즈니스포럼과 상대국 주최 국빈 만찬 참석 정도가 공식 일정이다. 비즈니스 포럼 직전에 열리는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이 그나마 실효성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국 기업들의 애로 사항에 대한 발언권이 주어진다. 그러나 실제로 기업당 발언 시간은 3분 정도를 넘지 않아 현안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도 포럼 직전 사전 미팅 성격이 짙어 참여 인원이 제한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한 재계 임원은 “기업인 핵심 행사인 비즈니스 포럼이 대통령 연설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사실상 대통령 참석 행사 '들러리 역할'에 지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청와대에서 실속형 경제사절단을 주문하면서 앞으로 경제사절단에 참여할 수 있는 문호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비즈니스 기회를 만드는 순방이기보다는 대형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만 뽑힐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청와대 관계자는 “온전히 민간이 주도해서 효율성 높은 경제사절단을 운영해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중소기업 참여는 언제나 열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