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용 소재 중 원료를 추출해 배합하는 과정과 사용자가 이용하는 과정, 마지막으로 소재를 폐기하는 과정까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은 소재를 친환경 소재라고 한다.
지금까지 자동차 산업에서는 금속류를 제외한 나머지 소재에 주로 폴리프로필렌, 폴리에틸렌과 같은 열가소성 수지와 폴리우레탄 등 열경화성 수지와 같이 석유화학 원료로부터 제조되는 고분자수지를 사용한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런 석유화학 원료를 기반으로 한 자동차 부품은 환경적 측면에서 큰 부담이다.
지난 한 해 국내 폐차 대수만 90만여대에 달했으며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정책으로 폐기 대수는 한층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폐기물의 통상 20% 가까이 매립되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장기적으로 석유 자원 고갈과 유가 변화로 인한 재료비 리스크도 감안해야 한다.
자동차 업계는 오래 전부터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환경에 대한 영향을 경감할 수 있는 바이오 소재 채용 범위를 확대해나가는 추세다.
바이오 소재란 자연계 미생물, 식물 등 생물체에서 유래하는 물질을 활용한 소재다. 자연계에서 분해 가능한 생물 분해성 플라스틱을 연상시키기 쉽지만 내구성이 중요한 자동차는 이런 생분해성 소재를 채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존 석유화학 원료의 사용량을 줄이는 콘셉트로 개발된다.
현재 자동차 업계에서 바이오 소재가 가장 보편화된 분야는 섬유 제품이다. 식물성 천연 섬유를 활용한 것으로 헤드라이너(지붕), 시트, 트렁크라이너, 에어필터 등 내장부품에 적용된다. 식물성 소재는 아마(Flax), 황마(Jute), 바나나, 용설란(Sisal) 등 식물 줄기와 잎에서 추출해 열가소성 수지와 혼합해 적용되고 있다.
이런 바이오 기반 자동차 제품은 자동차 운전석 모듈을 감싸는 표피제, 플라스틱 위에 덧씌워지는 마감시트(Sheet) 등으로도 확대 적용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가 크게 늘면서 '친환경차에 바이오 소재'를 적용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대표 사례가 올 초 출시된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FCEV) '넥쏘(NEXO)'다. 넥쏘는 대부분 인테리어 소재에 바이오 플라스틱과 패브릭, 식물성 도료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 소재는 내장재 등 차량 부품에 반영되더라도 기존 플라스틱 소재와 동등한 수준의 엄격한 품질 기준으로 개발해 적용하는 것이다. 내열성, 내마모성, 내화학성과 빛에 의한 변색 등 기존 소재와 동등한 성능을 구현하도록 개발된다.
현대모비스도 바이오 플라스틱을 개발해 공급 중이다. 쏘울 전기차와 니로 차종에 공급 중인 운전석 모듈용 바이오 스킨 소재는 사탕수수 줄기 당분을 화학 처리해 얻어지는 바이오-폴리에틸렌 소재를 사용한다. 가죽과 같은 질감을 구현하는 이 소재는 기존 석유화합물의 25%까지 대체하면서 석유 화합물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 발생량도 줄여준다.
현대모비스는 친환경차 등 내장재에 적용하는 도료도 일부 바이오 도료로 대체해 양산 적용 중이다. 도료는 수지와 용제, 첨가제와 안료로 구성되는데 기존 도료는 수지성분이 석유 기반 화합물로 구성된다. 바이오 도료는 도료 내 고분자 화합물 일부를 야자열매 씨앗을 압착해 얻는 오일 추출물로 대체한 도료다. 이런 바이오 도료는 쏘울 전기차 오디오 패널과 아이오닉, 니로 차종의 에어백 커버에 적용되고 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