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양자암호통신 글로벌 시장 진출···국제표준 주도 신호탄

SK텔레콤 연구원이 양자암호통신 시스템을 시험 가동하고 있다.
SK텔레콤 연구원이 양자암호통신 시스템을 시험 가동하고 있다.

SK텔레콤이 독일 베를린 소재 도이체텔레콤 시험망에 양자암호통신을 구축했다고 26일 밝혔다.

SK텔레콤은 양자암호키 분배기(QKD), 양자난수생성기(QRNG), 운용시스템을 도이체텔레콤에 설치했다. 양 사는 2019년 도이체텔레콤 장거리 통신망과 상용망에도 양자암호통신을 적용하고 유럽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6월에는 올해 초에 인수한 IDQ를 통해 미국 퀀텀익스체인지에 100억원 규모 양자암호통신 시스템을 공급했다.

박진효 SK텔레콤 ICT기술원장은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유럽과 미국 시장으로 확대시킨 것은 기술력을 인정받은 쾌거”라면서 “국내외 산·학·연 연합군과 함께 국제 표준 개발, 생태계 확대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다음 달 IDQ, 퀀텀익스체인지, 플로리다 애틀랜틱대, 제네바대 등과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내 통신보안표준화 전담연구그룹(SG 17) 회의에서 양자암호통신 시스템과 QRNG 표준(안)을 제안한다.

국제표준화기구(ISO)와 국제전기표준회의(IEC)가 설립한 공동기술위원회 JTC1에서도 양자암호통신 표준화를 추진한다.

〈뉴스의 눈〉

SK텔레콤은 2011년 양자기술 연구 시작 7년 만에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시험망이지만 향후 상용망 적용 가능성이 짙다. 개발도상국에 이동통신 기술을 전수한 것과 달리 유럽과 미국에 고부가 가치 제품을 공급했다는 점에서 이통 산업 이정표로 손색이 없다. SK텔레콤이 양자기술로 '통신=내수'라는 꼬리표를 뗄 기회를 잡았다.

스위스 IDQ 인수도 적중했다. 인수 당시 SK텔레콤은 “유럽, 북미에 파트너십이 강한 IDQ를 교두보로 하여 글로벌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양자 산업 태동기이다 보니 절대 강자가 없다는 점에서 시장 선점 효과도 노릴 만하다. 네트워크에 적용한 장비는 쉽게 교체하기 어렵다는 점도 호재다.

유럽·북미 시장 진출 의미도 각별하다. 양자암호통신은 보안·안보와 직결돼 무역전쟁을 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 제품을 도입할 가능성은 낮다. 특히 중국이 양자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북미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확산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북미와 유럽 중심으로 SK텔레콤의 글로벌 표준 주도에 무게감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양자 육성 정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 양자암호통신 시스템에는 국내 중소기업 기술도 다수 포함됐다. 실제 적용 사례가 많을수록 글로벌 시장 진출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테스트베드를 확대하고 양자 인력 양성, 기술 개발 지원이 절실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산 기술이 유효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망설일 이유가 없어졌다.

2025년 글로벌 양자 산업 시장 규모는 27조원으로 추산된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