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상반기 가전 사업에서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다. 반면 월풀은 몇 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고, 일렉트로룩스도 영업이익률이 반 토막 났다. 가전 업체 간 경쟁 심화로 이익 확보가 어려워졌지만 LG전자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에 월풀은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세이프가드 시행 덕을 봤음에도 상반기 적자를 기록, 눈길을 끌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LG전자 가전 사업 영업이익률이 상승한 반면 월풀과 일렉트로룩스는 크게 하락했다.
세계 최대 가전업체인 월풀은 상반기 매출 100억5100만달러(약 11조2521억원)로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몇 년 만에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은 5억6300만달러(6303억원)다. 1분기에는 소폭 흑자였지만 2분기에 기록한 적자 6억5700만달러(7355억원)가 컸다.
월풀이 2분기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은 일회성 비용 발생이 크게 작용했지만 근본 요인으로 경쟁력 약화도 한몫했다. 자국 정부가 세이프가드를 시행해 미국에서 시장 우위를 점했음에도 한계가 있었다. 철강 관세 인상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일렉트로룩스는 상반기 매출 592억5900만크로나(약 7조5330억원), 영업이익 15억9100만크로나(2022억원)를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7%다.
삼성전자는 생활가전 사업부 실적을 별도로 발표하지 않지만 TV 사업과 합친 소비자가전(CE) 부문으로 간접 비교해도 LG전자 실적에 미치지 못한다. CE부문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4% 수준으로 추정된다.
상반기에 고전한 월풀과 일렉트로룩스와 달리 LG전자는 실적이 크게 상승했다.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는 상반기 매출 10조1820억원, 영업이익 1조103억원, 영업이익률 9.9%를 각각 기록했다. 이익률 증가는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 부품 모듈화, 설계 플랫폼화 등으로 원가를 절감한 것이 주효했다.
LG전자는 2년 전까지 세계 가전 업체 가운데 영업이익률 1위를 달리던 월풀을 확실하게 제쳤다. 2016년 7.6%, 지난해 7.7%로 1위에 올랐다. 올해 상반기에는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9.9%로 경쟁사 간 격차를 크게 벌렸다.
매출도 1위인 월풀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상반기 월풀과 LG전자 매출 격차는 1조원 정도다. 월풀 매출이 정체를 보이는 반면에 LG전자 매출은 지속 늘고 있어 조만간 매출까지 역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 성장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건조기, 스타일러 등 신성장 제품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유럽·중남미·아시아 등에서의 수요도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TV와 가전 부문에서 프리미엄 비중 확대로 평균 판매 단가 상승, 글로벌 점유율 증가 등에 힘입어 전년 대비 매출 증가와 이익률 확대가 예상된다”면서 “H&A 사업본부는 건조기, 스타일러 등 신제품 판매 증가 속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 기능을 추가한 프리미엄 가전 전환에 따라 장기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글로벌 가전 톱3 기업 실적 현황(단위:억원)
자료:각사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