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농경 생활을 하면서 하늘의 별자리 위치를 보고 파종과 추수의 시기를 가늠했다. 이것이 천문학의 시작이다. 사람은 농경 생활이 정착되면서 무엇보다 태양의 중요성과 고마움을 알게 됐고, 이런 마음을 종교로 승화하기도 했다. 태양은 지구의 생명체가 지속적으로 유지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에너지의 근원으로 존재하는 더없이 고마운 천체다.
모든 지구 생명체는 태양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종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쓴다. 예를 들어 태양과 지구의 거리가 조금만 멀어져도 지구의 온도가 낮아져 먹이사슬의 최하위에 있는 식물의 생태계가 변한다. 연쇄적으로 상위 생태계도 변화를 겪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태양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살고 있다. 우리에게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그만큼 위험한 존재인 것을 잊고 있다.
태양은 지구보다 백만 배 정도 큰 거대 불덩어리다. 우리가 모닥불을 피워도 간간이 불꽃이 튀어나오고 매 순간 불꽃의 모양이 달라지듯 태양 역시 끊임없이 폭발하고 다양한 형태의 화염을 보인다. 이러한 태양 폭발은 엄청난 양의 플라스마를 총알보다 수백 배 빠른 속도로 우주 공간으로 분출한다. 지구는 이 플라스마의 흐름이 향해 올 때 상당한 재난에 휩싸이게 된다. 우선 지구 상공에 올려놓은 많은 인공위성이 고장을 일으킨다. 지상 통신과 방송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 그리고 지상에서는 지자기 폭풍이 발생해 전력망 손상을 유발하며, '델린저 현상'이라는 통신 교란으로 유선전화는 물론 무선전화까지 불통이 될 수 있다. 군사작전뿐만 아니라 항공기의 항법 시스템에까지 혼란을 일으킨다.
실제로 태양이 1859년 8월 28일에서 9월 2일 사이에 연속해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9월 1일 영국의 아마추어 천문학자인 리처드 크리스토퍼 캐링턴이 태양을 관측해 알게 돼 이를 캐링턴 폭발(Carrington event)이라 부른다. 캐링턴 폭발은 지구를 향해 발생하면서 지구 전역에 다양한 이상 현상을 일으켰다. 이 태양 폭발로 유럽과 북미 전역의 전신 시스템이 마비됐다. 적도 가까이에서도 오로라가 보였고 나침반 등 각종 자기 센서를 이용한 감지장치들은 그 기능을 상실했다. 당시에는 정밀한 전자기 기기나 컴퓨터 등이 없었던 시대였기 때문에 경제적인 피해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인공위성을 비롯한 다양한 통신시설과 컴퓨터 시스템이 인간 생활의 주축인 오늘날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2013년에 미국의 대기환경연구소(AER)에서는 태양이 캐링턴 폭발과 유사한 폭발이 현재 일어났을 때 세계경제에 미칠 수 있는 비용은 2조6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5년이 지난 지금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경제적 피해를 가져올 것이다.
다행하게도 캐링턴 폭발과 같은 태양의 대규모 폭발이 자주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최근에 우주환경연구의 일환으로 태양의 폭발과 지구 주변 우주 공간의 물리적 변화를 다양하게 연구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24시간 우주환경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이런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우주환경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우주환경 감시시스템을 구축하여 예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태양폭발에 대한 예보기술이 미흡해 그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우리는 태양의 양면성을 연구하고 분석해 태양이 인류에게 주는 피해를 줄이고 이익을 효율적으로 확대하는 노력을 지속해서 해야 한다.
박영득 한국천문연구원 태양우주환경그룹 박사 ydpark@kas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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