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드론이 국내 공공기관마저 점령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드론산업진흥회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보유한 드론 모델 78종 가운데 중국 드론이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44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은 15종에 불과했다. 정부 드론 산업 육성 의지가 머쓱해지는 대목이다. 이미 국내 일반 시장은 중국산 드론이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마저 중국 드론을 대거 사용하면서 국내 제조사가 설 땅을 잃어 가고 있다.
정부는 세계 5위권 드론 강국 도약이라는 비전 아래 다양한 드론 산업 육성 방안을 내놨다. 육성 계획에는 공공 부문에 5년 동안 3500억원을 투입, 총 3700대의 드론을 보급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중국산 드론이 절반을 크게 상회하는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정부 드론 육성 방안은 우리 세금으로 국내 산업이 아닌 중국 기업만 키워 주는 꼴이다. 더욱이 중국산 드론에 숨겨진 프로그램으로 인한 정보 유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어 공공기관을 장악한 중국산 드론은 그 심각성을 더한다. 최근 공공기관에서 드론을 활용한 영상 정보 수집 업무가 늘고 있어 유출 소지가 있는 정보 범위도 한층 확대되는 추세다.
중국산 드론은 싼 가격과 높은 성능을 앞세워 세계 드론 제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중국산 드론의 국내 시장 점령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할 수 있다. 드론산업진흥원 조사에서 공공기관이 국산 드론을 사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역시 가격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공공기관마저 국산을 외면하는 행태에는 문제가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에서 드론을 구매할 때 국산 채택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직접생산확인증명제도 등 일부 대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드론 공공 시장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가 국내 드론 산업 육성에 의지가 있다면 최소한 늘어나는 공공기관 수요만큼은 국내 드론업계 성장의 자양분이 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