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한때 최대 휴대폰 생산거점이던 중국 비중을 대폭 줄인다. 인도와 베트남 등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체계 개편이다. 중국 시장 점유율 급감과 비우호적인 환경도 중국 생산 축소 이유로 꼽힌다. 중국 정부와의 관계, 현지 고용 문제 등으로 인해 당장 철수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중국 생산 비중은 앞으로도 지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갈수록 약해지는 중국 시장 존재감
중국은 스마트폰 시장규모가 연간 4억5000만대에 달하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방대한 시장을 잡기 위해 삼성전자는 수년 전부터 중국 시장에 공을 들였다. 2013년까지만 해도 20%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달렸다.
하지만 중국 제조사가 성장하면서 시장에 변화가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2016년부터 시작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은 직격탄이 됐다. 혐한 감정이 고조되면서 대표적인 한국 제품인 삼성전자 휴대폰 수요가 추락했다. 삼성전자 점유율은 현재 1%에도 못 미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0.8%에 그쳤다. 출하량은 80만대에 불과했다.
삼성전자가 빠진 자리는 중국 업체들이 차지했다.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인 화웨이는 2850만대를 출하하며 점유율 27.0%를 기록했다. 이어 오포(2150만대, 20.4%), 비보(2000만대, 19.0%), 샤오미(1500만대·14.2%) 순으로 나타났다. 5위는 애플로 600만대를 출하하며 점유율 5.7%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점유율과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2.7%에서 0.8%로 1.9%P 하락했다. 반면 중국 제조사인 화웨이 8%P, 오포 1.3%P, 비보 4.4%P, 샤오미 1.3%P씩 일제히 상승했다.
◇중국 시장 엑소더스
2010년대 초반 삼성전자 휴대폰 생산 최대 거점은 중국이었다. 후이저우와 톈진, 선전에서 휴대폰을 생산했다. 변화 시작은 베트남에 새로운 휴대폰 생산 거점을 마련하면서다. 2013년을 정점으로 중국 생산 물량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글로벌 생산체계 재편에 따른 조정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조정을 넘어 사실상 생산중단 수준까지 갔다. 중국의 기업 환경이 악화되고, 중국 시장 영향력도 약해졌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에 대한 비우호적인 시각도 부담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선전 통신장비 공장을 폐쇄했다. 이번에 톈진 휴대폰 생산법인인 톈진삼성통신기술유한공사(TSTC)가 사실상 생산 중단 수준으로 물량을 줄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TSTC 매출은 2013년 15조2936억원을 기록할 정도였지만, 2014년 11조4132억원, 2015년 6조9639억원으로 급감했다. 2016년에는 3분기까지 누적 3조3824억원에 그쳤고, 4분기에는 주요 연결대상 종속법인에서 제외됐다. 업계는 톈진법인 생산량이 지난해와 올해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남아 있는 후이저우 휴대폰 생산 공장 생산량도 감소세다. 후이저우법인 매출액은 2014년 22조6694억원에 달했으나, 지난해 매출액은 13조5211억원으로 40% 이상 줄었다.
◇베트남-인도 등 신시장 중심 재편
중국 생산을 줄인 삼성전자는 베트남과 인도 등 신시장 중심으로 생산체계를 재편 중이다. 현재 베트남 하노이 인근 박닌성과 타이응우옌성에 2개 휴대폰 생산 공장을 운영한다. 각각 1억2000만대씩 생산능력을 갖췄다. 지난달에는 인도 노이다 휴대폰 신공장도 준공했다. 이곳 역시 연간 생산능력이 1억2000만대다.
휴대폰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는 베트남과 인도에서만 3억6000만대 생산능력을 갖췄다.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휴대폰 판매량이 4억대에 조금 못 미친 것을 감안하면 이들 3개 공장 비중이 상당하다.
중국에서는 후이저우 휴대폰 공장이 7000만대 수준 생산 능력을 갖췄지만, 실제 생산량은 이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 지역에서는 국내 구미와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에서 소량 생산한다.
시장 환경도 글로벌 생산체계 재편을 부추긴다.
중국에서는 고전하는 반면, 인도와 베트남은 신흥시장으로 떠올랐다. 베트남과 인도 정부도 삼성전자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특히 인도는 서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유럽까지 공략하는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인도에 휴대폰을 넘어 가전과 부품공장까지 확대하는 이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생산량을 줄이는 것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면서 “인도와 베트남으로 가는 것은 경영 환경이 우호적이고, 신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