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암호화폐거래소와 암호화폐공개(ICO) 기업 등을 벤처기업 제외 업종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근 부동산임대업, 미용업, 골프장 등을 벤처기업으로 인정한 규제완화 분위기와 대비된다.
암호화폐거래소뿐 아니라 다양한 업종 스타트업이 ICO를 병행하는 상황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관련 협·단체와 학회도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긴급 기자회견 등을 열고 반대의견 제출에 총력을 다할 예정이다.
중기부는 10일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특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벤처기업에 포함되지 않는 업종에 통계청 표준산업분류에 따른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63999-1)'을 추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법 개정 이유로는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과 관련된 투기과열 현상과 유사수신·자금세탁·해킹 등 불법 행위를 들었다. 산업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고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다.
중기부는 5월 벤처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하며 그동안 벤처기업으로 확인받을 수 없던 23개 업종을 해제했다. 숙박업, 비알콜 음료점업, 부동산 임대업, 미용업, 골프장 운영업, 노래연습장 운영업 등 18개 업종이 포함됐다.
현재 주점과 도박장 등 유흥성과 사행성 관련 업종 5개만 벤처기업 인정 대상에 포함된다. 암호화폐 관련 기업이 유흥·사행성 기업과 동일시 되는 셈이다.
이번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시행되면 벤처기업 제외 업종에 △일반 유흥 주점업 △무도 유흥 주점업 △기타 주점업 △기타 사행시설 관리 및 운영업 △무도장 운영업에 이어 6번째 항목으로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이 추가된다.
벤처기업 인정 대상에서 제외되면 다양한 정부·민간 육성 정책 수혜와 세제 혜택 등을 받을 수 없다. 벤처캐피털 투자 유치에도 영향을 받는다. 무엇보다 사행성·유흥성 업종과 동일 선상에 놓이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질 우려가 크다.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에 단순 암호화폐 거래소뿐만 아니라 자체 거래소 도입을 준비하는 블록체인 기업이나 ICO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스타트업 등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다.
중기부는 투기과열 현상이 나타나는 암호화 자산 매매·중개업이 정부 벤처기업 육성 정책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벤처생태계 건전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최원영 중기부 벤처혁신정책과장은 “블록체인 산업 육성과는 별개로 투기 열풍 등 부작용이 발생하는 '암호화 자산 거래소(암호화폐 거래소)'를 특정해 벤처 제외 업종에 포함시키는 것”이라며 “산업을 규제한다는 의미보다 정부 지원·육성 정책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당혹스러운 모습이 역력하다. 지원 정책 배제는 둘째치고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을 유흥업, 사행성 오락실, 무도업 등과 동일하게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정상호 크로스체인테크놀로지 대표는 “상품 중에 불량품이 있다고 시장 자체를 불량품으로 규정하는 것”이라며 “거래소는 전체 블록체인 산업의 심장과 같은 곳으로 잘못 규제한다면 산업 전체가 고사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도 “성장 가능성이 낮고 경쟁 포화상태인 업종도 벤처로 인정하면서 향후 국가 산업과 경제 성장에 기여할 가능성이 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업종을 외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산업 종사자가 모인 단체 메신저 대화방에도 주말 내 격양된 반응이 이어졌다. 산업계와 학계 등으로 이뤄진 단체에서는 긴급 기자회견도 검토 중이다. 개정안 반대의견 제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는 내달 4일까지 통합입법예고센터를 통해 온라인으로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받는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