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집토끼와 산토끼

7월 영국 런던 출장길이었다. 피카딜리서커스 지하철 안 타블로이드판 신문에 눈길이 갔다. 백면에 페이스북 광고가 실렸다. 주제는 개인정보 유출과 가짜뉴스였다. 다소 생소했다. 좀 과장하면 문화적 충격이었다. 매일 신문을 보는 직업임에도 국내 일간지에서 페이스북 광고를 본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지면 광고를 하다니….”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에게 영국과 대한민국은 어떤 의미일까.

한 달이 흘렀다. 페이스북은 왜 영국 주요 신문에 지면 광고를 할까. 거대 시장인 유럽연합(EU)과 브렉시트를 선언한 영국에 대한 관심 및 애정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천문학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EU 집행위에 대한 입장 표명쯤으로 풀이된다. EU집행위는 강력한 법 집행 의지를 보이면서 미국 기업과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017년 8월 29일 인터넷 역차별 해소를 지시했다. 구글 페이스북 등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이 동등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이다. 이틀 뒤 범정부 태스크포스(TF)가 출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기획재정부,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가 참여했다. 부처 칸막이를 없애고 종합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드림팀(?)이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는 주요 인터넷 및 SNS 기업 CEO가 대거 국회에 출석했다. 당시 역차별 해소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듯 해 보였다.

1년이 지났다. 가시적 결과는 나왔는가. 기억에 남는 정책이 수립됐는가. 기울어진 운동장은 평평해졌는가.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정확한 경영 현황 파악은 이뤄졌는가. 역차별 TF가 지난 1년 활동 성과와 향후 계획을 소상하게 밝혀 줬으면 좋겠다.

물론 역차별 해소 실마리를 찾는다는 게 쉽지 않다. 국경 없는 인터넷 산업 특성상 규제 실효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서버를 중심으로 한 고정사업장 개념부터 풀어 나가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조세 형평성 확보 및 데이터 주권 확립도 지난한 과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인터넷 산업을 주목해야 한다. 인터넷은 4차 산업혁명 근간이다. 혁신 성장과 혁신 서비스 역시 인터넷 기반으로 창출된다. 디지털 경제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이유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체 국가 경제에서 인터넷 산업 비중이 높다. 이 때문에 인터넷 산업을 키우려는 정부와 국회의 목표와 의지가 요구된다.

역차별 해소는 ICT 분야 마구잡이 개발 후유증을 고치는 과정이다. 역차별 해소 문제가 '태산명동 서일필'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태산이 떠나갈 듯 요동쳤는데 정작 나온 건 쥐 한 마리여서야 되겠는가.

역차별 해소 관건은 법과 제도를 적용하려는 집행력과 의지 문제다. 우리 정부는 역차별 해소를 위한 강력한 법 집행 의지를 보여야 한다. 집토끼는 가두고 산토끼는 자유롭게 풀어놓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선 안 된다. 역외 사업자에 대한 법 진행 절차와 속도는 국내 기업에 비해 느리다.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규제와 행정 조치를 받는 국내 사업자와 대조적이다.

더욱이 야산에 뛰노는 산토끼 대신 집토끼에 대한 요구 사항만을 늘린다면 형평성 논란도 생길 수 있다. 글로벌 기준에 맞는 규제 재설계가 요구된다. 오는 10월 10일부터 국정감사가 열린다. 벌써부터 올해 국감에서 역차별 TF팀이 선보일 해법이 궁금해진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한 정부 TF가 되길 희망한다.

[데스크라인]집토끼와 산토끼

김원석 성장기업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