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소경제에 내년 1000억 투자…“3대 전략투자에 5년간 10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부가 '수소경제'를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 수단으로 판단, 재정을 대거 투입해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 연내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수소를 반영하고, '수소경제법'을 별도 제정해 제도권에 편입한다.

정부는 데이터, 인공지능(AI), 수소경제를 '3대 전략 투자' 분야로 새로 선정했다. 내년 1조5000억원 등 앞으로 5년 동안 총 10조원을 투입한다. 미래자동차 등 기존에 지정한 '8대 선도 사업'에도 내년에 3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 또한 20조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모처럼 혁신 성장 지원으로 기업 활력 제고에 나섰지만 불과 9개월 만에 정책을 수정하면서 초기 혁신 산업 정책이 졸속으로 수립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대기업 수혜 편중 등의 논란도 우려된다.

13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혁신성장 전략투자 방향'을 확정했다.

정부는 혁신성장 가속화와 경제 체질, 생태계 혁신 촉발을 위해 '플랫폼 경제(여러 산업에 걸쳐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기술·생태계)'를 구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3대 전략 투자 분야로 △수소경제 △데이터, 블록체인, 공유경제 △인공지능(AI)을 꼽았다. 공통 분야로 핵심 인재 양성을 추가 선정, 재정을 대거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플랫폼경제 구축을 위해 2019년도 예산으로 3대 전략 투자 분야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한다”면서 “앞으로 5년 동안(2019~2023년) 9조~10조원 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수소경제가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미래산업 육성을 위한 핵심 플랫폼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맥킨지에 따르면 2050년 글로벌 수소 관련 산업 규모는 2조50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수소를 직접 반영하고, 내년까지 수소경제법을 별도 제정해 법·제도 기반을 갖춘다. 내년 총 1000억원(수소경제 밸류체인별 R&D 실증 약 700억원, 생산거점 구축 약 200억원)을 투자한다.

내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예산에 총 15개 사업을 반영, 수소 액화·메탄화 등 고효율 저장·운송기술을 개발하고 실증 플랜트를 설치한다. 주요 가스 공급거점 내에 수소 생산기지 30기를 구축한다. 수소버스는 조기 양산체제를 갖추고 공공부문에서 내년 30대를 시범 운영한다. 2022년까지 수소열차 개발 사업도 추진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체계적으로 준비하면 상용기술을 바탕으로 수소경제 선도국 위치를 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빅데이터·AI·블록체인 기반 구축에는 내년 1900억원을 투입한다. 10대 분야별 빅데이터 플랫폼 중심으로 데이터 개방, 거래 활성화를 촉진해 빅데이터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데이터 디바이드(격차) 해소, 공유경제 활성화에도 내년 1300억원을 투입한다.

혁신 인재 양성에 900억원을 투입한다. AI·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 인재를 5년 동안 총 1만명 양성한다. 기존 교육 시스템과 별도로 비학위 과정을 정부가 설립(가칭 이노베이션아카데미), 최고급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정부가 혁신 성장에 재정을 대거 투입, 시장 활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년 동안 '제자리 걸음'을 보인 R&D 예산도 내년에 2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과학기술업계 기대감도 높아졌다. 다만 정부가 지난해 11월 8대 선도 사업을 발표한 후 9개월 만에 정책을 수정하면서 정책 신뢰도 하락은 불가피하다. 또 새 지원 분야로 추가한 수소경제, 바이오헬스 등은 특성상 혜택이 중소·벤처기업보다 대기업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 부총리는 “민간의 폭발적 혁신 에너지가 끊임없이 확대·재생산 될 것으로 기대되는 플랫폼경제 구현을 위해 '혁신성장 전략투자 방향'을 마련했다”며 “3대 전략투자 분야는 모든 산업에 걸쳐 꼭 필요한 인프라, 기술로서 향후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할 분야”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