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지정자료를 허위 제출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고발한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한진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공정위에 제출한 자료에서 총수일가 소유 4개사와 총 62명 친족을 누락한 사실을 적발해 조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조 회장은 2014~2018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하면서 태일통상, 태일캐터링, 청원냉장, 세계혼재항공화물 등 4개사를 계열사 현황에서 누락했다. 태일통상 등 4개사는 조 회장의 처남(인척2촌)과 그의 가족이 60~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공정거래법에 따라 한진의 계열사에 해당한다.
태일통상은 1984년부터 대한항공에 기내용 담요, 슬리퍼 등 객실용품을 납품하고 있다. 태일캐터링는 1997년 설립 이후 대한항공 등에 기내식 식재료를 납품하고 있다. 세계혼재항공화물은 대한항공 비행편을 주로 활용해 물류를 운송하는 방식으로 한진과 거래하고 있다. 청원냉장은 태일캐터링을 통해 대한항공에 납품되는 식재료의 전처리(이물질 제거)를 전담한다.
공정위는 조 회장이 처남 가족을 포함한 총 62명 친족 현황도 자료에서 누락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실은 조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대한항공의 비서실이 관리하고 있는 가계도에서 확인했다.
공정위는 한진의 정보 누락으로 조 회장 특수관계인이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4개사가 총수일가 사익편취규제, 각종 공시의무 적용을 면탈한 점 등을 고려해 고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허위자료 제출로 대기업 계열사에서 누락돼 부당하게 중소기업 혜택을 받아온 사실도 고려했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경제력 집중 억제시책의 근간을 훼손하는 계열사, 친족 누락 행위를 엄중 제재했다”며 “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은 공정위 제재와 관련 “일부 친인척 현황, 관련 회사가 누락된 것은 사실이지만 고의성은 전혀 없었다”며 “실무 담당자가 공정거래법령에 이해가 부족해 일부 내용이 누락됐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진은 “고의성 없음을 이유로 재심의를 신청하고 유사 전례와 비교해서도 과도한 처분임을 적극 소명할 예정”이라며 “친인척 현황을 포함한 정확한 지정자료 제출을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