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 달 평양에서 세 번째 정상회담을 갖는다. 두 정상은 3차 정상회담을 통해 요동치는 북·미 협상 국면에서 신뢰를 확인하고, 연내 종전선언 실행에 주력한다. 진전이 더딘 경제협력 논의도 재개한다.
남북은 13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린 4차 고위급 회담에서 3차 정상회담을 9월 안에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회담 날짜·장소와 문 대통령의 방북 기간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9월 내 평양'이라는 큰 틀만 공개됐다. 당초 8월 말도 거론됐다. 그러나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맞이 9·9절 행사가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남북은 이날 오전 10시~11시 10분 전체회의, 이후 11시 45분부터 30분 동안 수석대표회의를 각각 진행했다. 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보도문에서 남북은 판문점선언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더욱 적극 실천해 나가기 위한 문제를 진지하게 협의했다고 밝혔다. 남북정상회담은 9월 안에 평양에서 갖기로 합의했다고 명시했다.
회담 날짜를 놓고는 양측이 조금 다른 설명을 내놨다. 북측 대표단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회담 직후 기자 질문에 “9월 안에 진행된다. 날짜도 다 돼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일정 조율을 마쳤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우리 정부는 말을 아꼈다.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개최 날짜는)협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9월 초 개최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가 9월 18일 유엔총회에서 종전 선언 채택 등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북한 정권 수립일인 9월 9일과 유엔총회 사이인 9월 셋째주가 유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날 회담 날짜를 못 박지 못하는 것을 두고 향후 남북정상회담 성사까지 여러 변동성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남북이 3차 정상회담을 공식 합의한 만큼 교착 상태에 빠진 한반도 비핵화 협상 돌파구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회담 의제는 연내 종전선언 방안 마련과 남북경협 확대 추진 등이 꼽힌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 논의도 비공식 자리에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남북 고위급회담은 올해 들어 네 번째로, 북측 요청으로 열렸다. 북측이 고위급회담 개최를 먼저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리선권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북과 남, 남과 북의 관계가 이제 막역지우가 됐다”면서 “북과 남이 뜻과 지향점이 같아서 이제는 서로가 서로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함께 손잡고 나가는 시대가 됐다는 걸 새삼 실감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명균 장관은 “북측 속담에 한배를 타면 한마음이 된다는 속담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막역지우라고 했는데 서로 같은 마음으로 해 나가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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