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무역장벽을 강화하다가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입산 태양광 부품에 도입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가 오히려 자국 에너지 산업 육성에 암초가 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13일(현지시간) 인도 유력 경제지 민트에 따르면 시장조사회사 크리실은 최근 보고서에서 인도의 태양광에너지 확충 계획이 계획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 정부는 현재 22GW(기가와트) 수준인 태양광 발전량을 2022년까지 100GW로 확충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지만 실현되기 어렵다고 지적한 것이다.
보고서는 인도 태양광 발전량은 2023년에도 잘해야 78∼80GW에 도달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분석의 근거로 인도 정부가 최근 발동한 태양광 세이프가드의 영향을 들었다.
앞서 인도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수입산 태양광 모듈과 관련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2년간 관련 제품에 15∼25%의 관세가 붙는다.
수입산에 관세를 부과해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게 인도 정부의 복안이다. 중국·말레이시아산 저가 제품이 밀려드는 바람에 자국산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갑작스럽게 크게 늘어 국내 제조업체에 피해가 우려될 경우 관세 인상이나 수입량 제한 등으로 수입품을 규제하는 무역장벽이다.
반덤핑 조사와 달리, 외국 업체가 덤핑 등 불법 행위를 하지 않아도 국내 업체가 심각한 피해를 본 것으로 판정되면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 특정 국가 제품에 국한되지 않고 해당 물품에 전반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파급 효과가 크다.
이 같은 세이프가드는 결국 인도 내 태양광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이라는 반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인도 에너지자원연구소(TERI)는 최근 "세이프가드 관세 부과는 국내 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이코노믹 타임스는 전했다.
TERI는 "태양광 발전 비용이 오르고 관련 제품에 대한 구매 수요가 떨어지면 태양광 산업 성장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실도 보고서에서 앞으로 2년간 부과될 세이프가드 관세로 태양광 발전량 확대 속도가 더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 태양광 산업계도 세이프가드 발동에 따른 시장위축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인도는 세이프가드뿐만 아니라 반덤핑, 비관세장벽 등 각종 무역규제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인도는 2017년 6월 기준 반덤핑 328건, 세이프가드 3건, 상계관세 2건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반덤핑 규제를 하고 있다.
만성적 무역적자에 시달리는 인도는 나렌드라 모디 정부 출범 이후 '메이크 인 인디아' 캠페인을 벌이며 무역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분위기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