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가지고 놀던 장난감 로봇이나 만화 속 로봇 캐릭터, 공상과학(SF) 영화 속 다양한 로봇 등 사람은 로봇을 좋아한다. 로봇은 사람을 환호하게 하는 원초의 그 '무엇'이 있다. 로봇이 미래 사회 인간을 위해 많은 일을 해 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고도의 인공지능 기반으로 솔 메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소셜로봇, 근력 강화 슈트를 입고 폭발하는 괴력을 발휘하는 아이언맨, 생각대로 움직이는 의수·의족을 지닌 바이오닉맨이 끊임없이 영화와 드라마에 나오는 것을 보면 사람이 로봇에 가지는 기대와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4차 산업혁명 시대 로봇기술은 정보통신기술(ICT)과 더불어 우리 사회 혁신 성장을 위한 핵심 키워드로 꼽힌다.
그러나 로봇기술 현실은 냉정하다. 지난 6월 혼다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가위바위보를 할 정도로 정교한 관절 움직임, 공차기와 달리기가 가능한 균형 감각을 갖춘 최첨단 기계·전자·지능시스템 결정체가 이제 진화를 중단한다는 의미다. 로봇을 향한 사람의 순수한 마음과 기대와 달리 현재 연구·개발되고 있는 많은 로봇은 쓰임새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기술 진보를 향한 로봇과학자 열정 뒤에는 로봇이 어떻게 인간과 생활공간을 공유하고 구체적으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등 고민이 공존한다.
로봇이 우리 실생활에서 실용화가 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와 달리 로봇은 항시 물리 작용을 수반한다. 무거운 짐을 들어 올리거나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고, 물체를 만지거나 조작하는 등 동작은 활용성에서는 분명한 장점이 되지만 동시에 완벽한 '기술적 완성도'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로봇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돌발 상황에서도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실수 없이 기존 방법보다 월등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지난 30년 동안 혼다 연구진도 노력을 거듭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아시모' 개발을 중단했을 것이다.
실용 로봇 개발은 현실적이고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사는 2018년, 로봇이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은 무엇이 있을까. 필자는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본 1218개 드론으로 꾸며진 오륜기에서, 정확히는 그것을 본 시민들의 열렬한 반응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드론 기술이 세상에 알려지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 지 10여년이 지났다. 이미 수년 전 독일, 프랑스, 미국, 중국에서는 수십, 수백 대 드론이 군집 비행하는 것을 연출했다. 그러나 기존 드론 군집 비행보다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드론 비행이 화제가 된 것은 과학·공학 기술과 문화공연 융합을 신선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로봇이 가장 많은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쉽게 대답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로봇을 구경한 곳을 꼽으라고 한다면 서울 잠실이나 경기도 용인 테마파크를 들 것이다. 이곳에서 수백대 로봇이 관객과 상호작용을 하며 생동감 있게 움직인다. 로봇과 문화 콘텐츠를 융합한 국내 테마파크는 해외 유니버설스튜디오나 디즈니월드처럼 매력 포인트를 제공하며 유명 테마파크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전에도 국내에서 로봇을 활용한 문화기술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공학자의 이러한 시도를 단순히 신기한 무대 장치 개발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 시선이었다. 로봇이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방식의 시도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로봇을 활용한 애니매트로닉스는 경제 가치가 큰 영화·음악·공연 업계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융합 기술 블루오션이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발표한 소프트 애니매트로닉스나 디즈니스튜디오에서 개발하고 있는 스턴트로닉스(stuntronics)는 과학〃문화〃예술이 결합된 새로운 문화 공연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다.
우리는 새로운 물결과 조우하고 있다. 현재 한국 대중문화계는 세계 수준 콘텐츠를 생산한다. 정부와 산·학·연 협력을 통해 훌륭한 재료를 로봇과 ICT로 요리, 국민에게 새로운 형태의 문화·여가생활 기회를 제공하고 경제 효과를 배가시키는 선순환 구조 효과와 역할을 고민해야 할 때다.
임세혁 KIST 지능로봇연구단 선임연구원 sehyuky@kis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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