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3개월 분기별 실적발표를 6개월 반기 단위로 바꿔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느닷없이 기업들의 실적발표 시스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전 세계 최고 경영자들과의 면담에서 미국의 경영(일자리)을 더 좋게 만드는 방안을 물었다"면서 "한 경영자는 분기별 실적발표를 중단하고 6개월 시스템으로 가는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기 실적발표를 하면) 유연성이 더 커지고 비용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증권거래위원회(SEC)에도 검토하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분기별로 연간 네 차례 이뤄지는 실적공시를, 반기별 두 차례로 줄이자는 의미다.
상장사 실적공시 시스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선호하는 기업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이런 의견을 제안한 경영자는 펩시를 이끄는 인드라 누이(62)다. 미국 재계의 대표적 여성 최고 경영자(CEO)로 꼽히는 누이는 조만간 퇴진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에게 "지금 은퇴하려고 하는 대단한 여성"이라며 "펩시 콜라의 대표가 분기별이 아니라, 1년에 두 차례만 실적공시를 하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듣기에도 앞뒤가 맞는 얘기"라며 "나도 두 차례 공시를 선호하지만 지켜봐야 한다. 우리는 매우 매우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미국 재계에서도 실적발표 시스템을 놓고선 논란이 있다.
분기별 실적발표가 상장사의 투명성을 높이는 긍정적 취지가 있지만, 경영진으로서는 단기적 목표 달성에만 집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글로벌 자본시장의 표준으로 굳어진 '분기별 실적공시' 시스템이 변경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했다.
시스템 변경에 따른 혜택이 뚜렷하지 않은 데다, 독립적 연방기관인 SEC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오랜 규정을 변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실적공시 횟수보다는 실적전망(가이던스)이 문제라고 경제매체 CNBC는 지적했다. 경영진이 실적발표 때 함께 내놓은 향후 실적 예상치가 더욱 부담이라는 것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기업들이 분기별 가이던스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도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경영진을 실적 가이던스의 부담에서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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