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범죄수사 과정에서 용의자 도청을 위해 페이스북에 메신저 암호화를 해제를 요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는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페이스북이 자사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암호화를 해제하도록 강제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사 기관이 범죄수사에서 용의자의 음성 대화를 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3명은 페이스북이 미국 법무부의 이 같은 요구에 이의를 제기했으며, 정부는 페이스북이 감시 요구 이행을 거부한 데 대해 법정 모독죄로 고발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법정에서 자사 메신저 음성 통화는 통화하는 두 이용자만 대화 내용에 접근할 수 있는 종단 간(end-to-end) 암호화 기술이 적용돼 있다고 밝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나 페이스북과 법무부는 이와 관련한 답변을 거부했다.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서 미국 정부가 이긴다면, 기업들을 상대로 메신저 '시그널', '왓츠앱' 등 암호화된 다른 서비스를 수정하도록 강제하기 위해 유사한 주장을 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소식통은 이번 문제는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에서 북미 지역에서 활동하는 엘살바도르 최대 마약 갱단 MS-13 수사 과정 중에 불거졌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느슨한 미국 이민 정책의 상징으로 갱 문제를 자주 언급했다.
로이터는 이번 사건으로 당국의 감시를 가능하게 하도록 기업에 제품 변경을 강제할 수 있는가를 둘러싼 문제가 다시 한 번 불거졌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6년에도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애플 사이에서 비슷한 법정 다툼이 빚어졌다.
FBI는 지난 2015년 12월 14명을 숨지게 한 캘리포니아 주 샌버너디노 총기 테러범의 아이폰 잠금해제를 위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수사당국에 협조하라고 애플에 명령을 내렸지만,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 등에 있어 부작용이 크다며 법원 명령에 이의를 제기했다.
양측 공방은 미 법무부가 애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아이폰의 데이터에 접근하는 데 성공하면서 일단락된 바 있다.
페이스북은 FBI와 애플의 갈등이 불거진 뒤 사법기관의 사생활 침해를 우려, 메시지 보안 수준을 극도로 높이는 종단 간 암호화를 도입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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