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22일 서둘러 내놓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직면한 어려움을 해소하기에 턱없이 미흡했다.
대부분 지난해 발표한 대책을 되풀이했다. 지난해 대책도 3분의 1가량은 현장에서 시행조차 안 됐다. 특히 추경으로 규모를 확충해야 한다는 논의까지 불거졌던 일자리안정자금은 상반기에 절반도 집행하지 못했다.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새로 마련한 대책도 핵심 내용은 빠져있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절반도 집행 못한 일자리안정자금, 대상 넓혀 3조원 추가 투입
당정이 이날 발표한 지원대책에는 전년 대비 2조원 이상 늘어난 7조원 규모 재정을 투입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근로지원금(EITC), 일자리안정자금, 사회보험료 지원 등 6조원 규모 직접 지원을 포함해 카드수수료 인하와 전통시장 시설 개선 등에 1조원을 투입한다. 신용 보증공급, 소상공인 전용 대출 등 유동성 공급 등을 포함하면 약 5조원에 이르는 재정이 추가 소요된다.
정부는 이번 지원대책으로 자영업자당 연간 약 620만~650만원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재정 투입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열린 당정협의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해 통상 최저임금 인상분 이상 부담을 보전해줄 수 있는 정책을 펼 것”이라면서 “사각지대를 제외하면 임금 인상에 대한 부담은 예전과 같고 노동자 임금은 올랐으니 소상공인 고객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정부 계획과 달리 지난해 투입한 자금조차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투입한 3조원 규모 일자리안정자금은 7월 현재 신청률은 90%를 넘어섰지만 집행률은 37%에 그친다.
고용부는 고용이 유지되는 동안 지급되는 구조상 하반기면 집행률이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집행률이 올라가더라도 재정 투입에 따른 혜택을 받는 소상공인은 일부에 불과하다. 실제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자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한 소상공인은 21%에 그쳤다.
당정이 이날 발표한 내년 인상분에 대한 3조원 규모 일자리안정자금 역시 올해와 마찬가지로 저조한 집행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와 같은 규모를 유지하면서도 5인 미만 사업장과 300인 이상 기업까지 지급대상을 확대한 것도 집행률을 달성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는 “4대 보험가입이나 전산처리 등 행정에 유리한 300인 기업에 일자리안정자금 혜택이 집중되고, 실제 지원이 절실한 소상공인 자영업자 몫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면서 “소상공인이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 있는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드수수료, 상가임대료 지원방안 '미봉책'
카드수수료, 상가 임대료 등과 관련해서도 당정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당정은 카드수수료와 사회보험료, 상가임대료 등을 최근 자영업자 위기의 본질로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당정이 내놓은 정책은 부처 간 논의조차 거치지 않은 미봉책이다.
카드수수료 완화 관련 정책이 대표 사례다. 영세상인 카드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한 세부 대책은 12월로 미뤘다. 온라인 판매업자와 개인택시사업자 등 일부 업종 대책만 담았다.
특히 담배 등 판매액 대부분을 세금이 차지하는 일부 품목을 매출에서 제외하는 방안은 부처 간 논의조차 거치지 못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담배뿐만 아니라 유류, 주류 등도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면서 “유독 담배만 달리 적용하면 품목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가 임대료 문제도 마찬가지다. 당정이 이날 발표한 재건축 후 우선입주요구권 허용이나 우선 입주가 곤란하면 적정 수준 퇴거 보상의 임차인 보호제도 강화와 권리금 보호대상 확대 등은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 지난해 발표한 94개 과제 가운데 32개 과제가 법률 개정 등의 문제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나친 청사진만 제시했다는 비판이다.
환산보증금 상향 문제도 건물주가 오히려 환산보증금 이상으로 임대료를 책정하면 의미가 없어지는 만큼 상향보다 폐지해야 한다는 게 소상공인 주장이다.
◇소상공인 문제는 '최저임금 제도'가 본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위기의 핵심으로 지적하는 최저임금 제도 개선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이 요구하는 업종, 규모별 차등적용 논의는 요원한 상황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같은 업종도 규모 등에서 차이가 있어 차등 적용을 하는 것은 상황에 맞지 않다”면서 “업종별 차등적용은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소상공인연합회는 “정부는 5인 미만 사업장 일자리안정자금을 15만원으로 확대하겠다는 '일자리안정자금 지급 차등화 방침'은 차등화 당위성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면서 “이제라도 차등적용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산업조직연구실장은 “최저임금제도 자체를 개선하지 않은 대책은 부수적 대응에 그칠 것”이라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 매출 자체를 늘릴 수 있는 본질 고민 없는 대책으로는 문제를 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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