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거래소 '벤처 제외 업종 지정'을 두고 정부와 업계 간 대화가 공전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규제 방식이 아닌데다 블록체인 산업 전체가 아닌 '거래소'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업계는 거래소 산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정부 인식 자체를 우려한다.
논란의 쟁점이 벤처 제외 업종 지정 추진과 철회 사이 양자택일 구도라는 점도 상황을 어렵게 한다. 대화를 통한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2일과 23일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와 블록체인 산업 관련 협·단체, 학회, 블록체인 기업 등과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블록체인 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블록체인 산업을 규제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면서도 생태계 중요 축인 암호화폐거래소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었다”며 “전반적으로 업계 의견을 경청하는 태도로 간담회를 진행했으나 거래소를 벤처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모르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중기부는 10일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을 벤처기업에 포함되지 않는 업종에 추가 지정하는 벤처특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암호화폐거래소가 유흥 주점업이나 사행시설, 무도장 운영업과 동일 선상에 놓이게 됐다는 사실이 본지 보도로 알려지면서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당시 한국블록체인협회,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등은 벤처특별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에 대한 공동입장문을 발표했다. 블록체인 관련 기업과 암호화폐공개(ICO) 기업 등도 “산업에 대한 정부의 몰이해”라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개정령(안)은 시행령 일부를 수정하는 내용이다. 국회 상정 없이 법제처 심사 후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바로 실시된다. 내달 4일까지 의견서를 접수 받고 있으나 중기부가 시행령 개정을 강행한다면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
간담회에 참석한 다른 관계자는 중기부가 블록체인 산업과 생태계 관련 잘못된 정보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이를 수정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대신 업계가 비협조적이라 실태 파악이 어렵다는 식으로 책임을 돌렸다는 지적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쪽에서도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중기부는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나 중소 규모 거래소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며 ”거래소가 벤처기업 제외 업종에 포함되지 않아야할 근거와 설득 논리를 업계가 준비해 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논란을 촉발한 중기부 역시 사안이 과하게 확대해석 되고 있다고 억울한 심정을 내비쳤다. 블록체인 산업이나 암호화폐거래소를 규제할 의도는 전혀 없다는 해명이다. 단지 해킹이나 투기 우려가 있는 만큼 벤처기업 지원 대상으로 삼기에 무리가 있다는 사회적 인식을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사안 자체로만 놓고 보자면 항목을 추가하느냐 하지 않느냐라는 양자택일 상황이라 어떤 중도적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며 “우선 내달 4일까지 다양한 업계 의견을 받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