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하위권에 머물러 있던 한 프로야구 팀이 올해 상위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그 팀의 팬도 아니고, 야구 전문가도 아니지만 어쩌다 내가 응원하는 팀과 경기하는 것을 보면 성적이 좋은 이유를 알 수 있다.
팀의 가장 큰 변화는 코치의 움직임이다. 레전드급 선수로 불리던 코치들은 감독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주도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적절한 선수 교체와 '원 포인트' 코칭으로 경기 흐름을 바꾸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감독과 균형 잡힌 리더의 조화 및 균형이 팀을 바꿨다.
기업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영업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예외 없이 영업 혁신을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고 교육도 한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에 지쳐 있다. 결국 '사고나 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허리다. 회사는 변화와 혁신을 교육시키고 강조하지만 직원 생각과 행동에 스며들지 않는다.
“내가 시키는 것만 해.” “내가 책임질 테니 신경 쓰지 마.”
회사와 직원의 연결고리, 직원에게 회사가 돼야 할 일선 관리자가 벽(壁)과 캐즘(Chasm)이 되고 있다면 어찌 되겠는가. 잘못된 경험과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한 골목대장형 리더가 자기중심 사고와 판단으로 변화와 혁신을 막고 방해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변화와 혁신은 공염불이 되고, 모든 계획은 의미 없는 문서가 된다. 안타깝게도 이런 일은 지금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축구경기에서의 승패는 중원(미들필드)에서 결정 난다고 한다. 감독이 아무리 훌륭해도 경기장 안에서 벌어지는 순간 상황은 통제가 어렵다. 코치 한 사람 한 사람이 선수 컨디션을 파악하고, 경기장 안에서는 선배가 넓은 시야로 후배보다 열심히 뛴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진다. 영업 조직도 똑같다.
결국은 최일선의 리더이다. 특히 영업 조직에서는 일선 관리자가 가장 중요하다. 최일선 리더는 프로야구단의 코치이고, 축구경기의 미드필더이고, 우리 몸의 허리와 같다.
그들에 의해 단기 성과뿐 아니라 조직의 미래, 직원의 의식과 가치관까지 바뀐다.
영업 조직 역량을 개선하고 진정 혁신을 도모하려면 허리부터 점검해야 한다.
'이제 새로운 버스를 운전해야 하는데 핸들을 잡기 전에 뒤를 돌아봐라. 목적지까지 함께 갈 사람이 누구고, 갈 수 없는 사람이 누군지를 판단하라. 함께해선 안 될 사람은 내리게 하고, 함께 갈 사람만 태우고 출발 준비를 하라. 그다음 시동을 걸어라.'
십수년 전 본사에서 새 업무를 시작할 때 사장이 해 준 충고였다. 마음속으로 동의하지 않았다. '팀이 어떻게 모두 완벽하겠는가? 좀 부족한 리더는 가르치고 고치는 것도 임원으로서의 책무 아닌가?' 착각이었고 오만이었다. 비틀리거나 뒤틀린 소나무를 바로잡을 수는 없다. 온갖 그림이 그려진 도화지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신입사원, 받아들일 여백이 있는 직원을 가르치고 바로잡는 것은 가능해도 자신만의 패러다임에 고착된 리더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바뀌지 않는 사람을 바꾸려다 마음을 다치고, 고칠 수 없는 본질을 고치려다 병이 들고, 문제는 더 커진다. 사람을 바꾸는 것(교체)이 현명한 길이다.
경험 있는 리더를 고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럼에도 경영층은 주저한다. 공백이 두렵고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이 두렵다. 업무 부서 리더가 바뀌어 공백이 생기면 남은 직원이 짐을 나누면 되지만 일선 영업 리더 교체와 공백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양이 발견됐다면 하루라도 빨리 수술대에 오르는 것이 살 길이다.
“단기적으로 영업 실적에 심각한 마이너스가 발생될 수 있습니다. 그것을 감내하겠습니까?” 영업 조직 혁신을 위해 자문해 온 CEO에게 꼭 물어보는 질문이다.
영업 혁신은 결국 프로세스와 리더의 변화를 수반한다. 그것은 단순한 변경이 아니다. 옷을 갈아입는 것이 아니라 껍데기를 뒤집는 것이기에 의사결정자의 결연함이 전제돼야 한다.
초기엔 누구나 동의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이 지켜지는 경우는 드물다.
영업 조직은 90% 이상 최일선 관리자에 의해 좌우된다. 회사와 직원, 직원과 경영층 사이에서 소통과 실행의 축을 담당한다. 그들에 의해 단기 성과가 달라지고, 조직의 미래와 직원의 의식 및 가치관까지 바뀐다.
일선 영업 리더를 숫자로만 판단하지 말고 제대로 된 잣대로 평가해서 옥석을 구분해야 한다. 그에 따라 '지킬 돌' '버릴 돌' '가다듬을 돌'로 구분해서 버릴 돌은 바로 버려야 한다. 그리고 과감하게 혁신을 주도할 '새로운 피'를 수혈한다면 변화는 이뤄진다
이장석 한국영업혁신그룹(KSIG) 대표 js.aquina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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