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BMW 화재 사고와 관련해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에 국한하지 않고 '바이패스 밸브'나 '소프트웨어' 결함·조작까지 원점에서 재조사한다. BMW 측 사고 대응이 미흡하다는 판단에서다. 본지와 민간 전문가 그룹은 특정 부품의 지나친 동작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험을 통해 제기해 왔다. 일각에선 단순 오류를 넘어 BMW 소프트웨어(SW) 조작 가능성도 여전히 불거지는 상황이다.
김정렬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BMW 화재 사고 공청회에서 “민관합동조사단에서 제작사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EGR 모듈에 국한하지 않고 원점에서 조사 원인을 집중 규명, 올해 안에 결과를 내겠다”고 답변했다.
국토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을 통해 바이패스 밸브 등 다른 부품이나 SW도 결함 정밀 분석, 실차 재연 실험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민간 전문가 의견, 피해자와 소비자 의견도 포함된다. BMW측 사고 원인 대응만으로 이번 사태 수습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본지는 자동차 전문가(최영석 선문대 교수·이호근 대덕대 교수)와 함께 'EGR용 바이패스 밸브의 과한 작동'에 따른 설계 결함 가능성을 제기했다. BMW 리콜 대상 3개 차종(520d·320d·GT), 리콜 대상이 아닌 디젤차(320d) 등 총 4대를 대상으로 테스트했다. 이 결과 안전 진단을 받은 차량 3종 모두가 고속주행 도중에 냉각수 온도 80~100도에서 바이패스 밸브가 열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밸브가 열리면 500도 이상 고온의 배기가스가 엔진룸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
이날 한국소비자협회 소속 민간전문조사단도 BMW 차량 화재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바이패스 밸브 비정상 작동을 제어한 전자제어장치(ECU) 설계 결함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박성지 대전보건대 교수는 “주행 도중에 바이패스 밸브를 열면 화재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도 배출가스 저감을 위해 위험하게 ECU를 설계한 것”이라면서 “바이패스 밸브가 열리면 탄력 주행 거리가 증가하고 연소실의 온도 유지, 배기가스 온도가 높게 유지돼 산화질소가 저감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BMW가 연비 효율과 배출가스 저감을 위해 위험하게 설계했다는 주장이다.
'BMW 차량 화재관련 공청회'에서도 참석자들은 BMW코리아와 국토부를 상대로 EGR 바이패스 밸브 문제점이 집중 추궁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실험을 통해 제기됐지만 뜨거운 배출가스를 유입시키는 바이패스 밸브 활용이 다른 차보다 많다”면서 “쿨러 냉각 성능과 바이패스 밸브가 문제지만 부품보다는 설계상에 오류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바이패스 밸브 개폐를 제어하는 SW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은 다시 머리를 숙였다. 화재 사고 원인을 묻는 질문에 “한국인 습관이 아닌 자동차 문제”라면서 그동안 논란에 해명했다. 다만 차량 자체 세부 결함을 인정에 대한 질문에 “기술자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반복, 지금까지 제기된 결함 의혹은 해소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