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 동물농장 875회는 개를 사랑한 앵무새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초롱이는 매일 주인 몰래 구찌(불독)에게 고열랑 먹이를 갖다주는 앵무새다. 초롱이가 구찌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한 지 1년이 안돼 구찌 몸무게는 12kg이나 늘었고, 결국 40kg를 바라보는 비만견이 됐다. 초롱이는 매번 구찌에게 먹이를 주면서 “다 먹었어?” “맛있어?” “아 예뻐 꿀떡”이라고 칭찬했다. 과거 구찌는 위험에 처한 초롱이를 구해줬고, 그 이후 초롱이는 먹이를 갖다 주며 환한 얼굴로 사랑을 표현했다.
앵무새는 사람 말이나 소리를 흉내내는 대표 동물이다. 앵무새가 사람 말을 따라하는 것 이외에 스스로 느끼는 감정을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표현했다는 건 놀랍다.
실제로 앵무새가 사람과 비슷한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알린 베르탱 프랑스 투르대 연구원은 청머코앵무새 표정을 관찰한 결과 조련사가 친밀하게 접근할 때 머리 깃털을 세우고 뺨을 재빨리 붉게 물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이 부끄러울 때 나타나는 '안면홍조'가 앵무새한테도 똑같이 나타난 것이다.
미국에서는 앵무새가 한 말이 살인사건을 종결하는 최종 증거로 채택된 사례가 있다. 피해자가 위험 상황에서 한 말을 앵무새가 기억, 배심원단이 이를 증거로 채택했다. 미시간주 뉴웨이고 카운티 배심원단은 '쏘지 마(Don't shoot)'라고 반복해서 말하는 앵무새 증언이 당시 살인현장 긴박한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판단, 용의자를 1급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1993년에도 앵무새가 살인 현장 목격자로 채택된 기록이 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판결에서 앵무새는 '리처드, 노 노(No No)'라는 말을 반복했고, 법원은 주인이 죽기 전 범인에게 저항하며 남긴 마지막 말을 앵무새가 그대로 기억했다가 증언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결국 최종 증거로 채택됐고, 용의자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앵무새가 특정 소리로 서로 감정을 공유하거나 소통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는 사람 말을 따라하는 방식과 다르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과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은 공동으로 케아 앵무새를 연구, 앵무새끼리 감정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앵무새가 내는 소리를 분석, 음색이 높으면서 불안정한 느낌의 특정 소리를 발견했다. 앵무새는 뛰거나 날개를 치며 어울려 놀 때 주로 이런 소리를 냈다.
연구팀은 케아 앵무새가 내는 특정 소리를 녹음해 다른 야생 앵무새에게 들려줬고, 흥분한 듯한 동일 행동이 여러 앵무새한테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무리지어 있는 앵무새는 비슷한 소리를 내며 신나게 어울렸고, 혼자 있던 앵무새도 공중돌기를 하는 등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불규칙한 소리를 듣고 일부 앵무새가 자발적으로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는 건 이 소리가 사람 웃음과 마찬가지로 감정 효과를 유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