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핀테크 등 4차 산업 규제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현장 일선에선 체감을 못하는 분위기다. 최근 여러 핀테크 기업이 정부의 규제 덫에 걸려 사업 자체가 고사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연이어 발생했다.
선언적인 규제 혁신 보다는 실제 현장을 반영한 입법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 사례가 해외송금 기업의 벤처 자금 조달 금지다.
약 20개에 달하는 핀테크 기반 송금기업은 정부의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특법)'으로 인해 자금 조달이 금지되는 어이 없는 사례가 발생했다.
더욱이 이들 기업은 정부 방침에 따라 기획재정부 라이선스를 획득한 기업이다. 그런데 금융기관으로 분류돼 자금투자를 받지 못하는 황당한 경우가 발생했다. 규제 혁신이라는 큰 틀 안에서 부처간 소통 부재로 법적 공백이 생긴 대표 사례다.
암호화폐거래소를 벤처기업 업종에서 제외하는 중소벤처기업부 계획도 시장 현실을 외면한 처사로 협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앞서 중기부는 '벤특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벤처기업에 포함되지 않는 업종에 통계청 표준산업분류에 따른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63999-1)'을 추가했다. 암호화폐거래소를 유흥·사행성 기업과 동일시했다.
논란이 커지자 의견수렴을 위한 간담회까지 진행했지만, 입법예고안은 강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반복되는 카드 수수료 정부 개입도 수위를 넘어섰다.
소상공인의 부담 경감을 위해 정부는 카드 우대 수수료 지원방안을 내놨다. 온라인 사업자와 택시 사업자의 수수료를 우대하고, 제로페이 등을 통해 카드결제 수수료를 0%대까지 낮춘다는 복안을 내놨다.
이는 카드수수료 차별을 금지한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정부가 위반한 꼴이다.
카드수수료율은 시장경제 논리로 책정돼야 하지만 정부가 시장 논리를 무시하고 수수료율을 책정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카드사와 협업체제를 구축한 밴(VAN), 간편결제, PG사 모두가 정부의 독단 정책으로 피해를 고스란히 끌어안는 형국이다.
마이데이터 산업도 마찬가지다. 스크래핑 사용 제한으로 이미 사업을 진행 중인 기업이 역차별이라며 강력 반발하는 사례도 있다. 최근 금융당국과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현장 일선에서 발생하는 풀뿌리 규제에 대해 정부부처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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