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ICT코리아] <8>제조업과 융합도 부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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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기술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은 산업간 경계를 파괴함과 동시에 제조혁명으로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공장으로 대표되는 제조혁명은 맞춤형 유연생산체제라는 현상적인 변화에 이어 제조업과 산업 생태계를 근원적으로 바꾸는 동력이다. 특히 자동차, 조선, 기계, 철강, 화학 등 주력 산업이 줄줄이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절체절명 과제다. 주력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해 새로운 활력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ICT 산업은 제조업 스마트화를 견인하는 데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스마트공장 핵심 솔루션은 대부분 외산이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자체 연구개발(R&D) 노력도 지지부진하다. 정부 지원과 함께 국내 ICT 산업계도 스마트공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제조업과 융합하려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벼랑 끝 ICT코리아] <8>제조업과 융합도 부진

스마트공장은 제조 전 과정을 ICT로 통합해 고객맞춤형 스마트제품을 생산하는 지능형 공장을 말한다. 제품 기획과 설계부터 제조·공정 및 생산과 유통·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 혁신을 ICT와 융합해 극대화한다. 스마트공장은 공장 무인화에 기반한 생산 자동화와는 지향점이 다르다. 유연 생산과 자원 활용 효율화를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제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우리나라로서는 제조업 스마트화가 더욱 절실하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육박한다. 이는 OECD 국가 중 1위고, 경쟁국인 독일(23%), 일본(18%), 미국(12%) 등에 비해 한참 높다. 제조업 경제성장률 기여도도 21%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주력산업 성장 한계 징조가 뚜렷하다. 2011년 8.1%에 달하던 제조업 매출 성장률은 2014년 0.6%로 떨어져 OECD 평균(3.5%)에 한참 못 미친다. 철강, 정유로부터 시작된 제조업 위기는 자동차·조선, 스마트폰에 이어 반도체·디스플레이까지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런 가운데 경쟁국은 제조업과 ICT 융합에 재빠르게 나서고 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으로 대표되는 기술 혁신 지원을 위해 '하이테크 전략 2020'을 내놓고 제조업 스마트화를 독려한다. 중소기업 가치사슬 중요성을 부각하고 사업 모델화를 도모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은 데이터와 하이테크 산업 융합에 초점을 맞춘다. 정부 주도로 제조업 혁신 연구기관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산업인터넷 컨소시엄을 출범시켰다.

일본은 강한 제조업 역량을 바탕으로 서비스, 솔루션 등 고객 과제 해결을 통한 새로운 가치 획득에 나섰다. 지난해 산업 빅데이터 공동 활용과 데이터 공유 가이드라인을 구축하는 등 실행 속도도 빠르다.

우리 제조업 위기의 근원인 중국 추격은 더욱 무섭다. 중국은 제조 대국 진입을 위한 10대 전략산업 육성과 함께 인터넷을 접목한 제조업 고도화를 동시에 추진한다. 2025년까지 제조혁신센터를 40개까지 늘린다.

우리 정부도 스마트공장 보급과 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큰 틀은 스마트공장 보급·확산과 기술개발, 기반 구축으로 나뉜다. 내년 ICT융합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예산은 올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난 2661억원이 투입된다.

근본적으로는 스마트공장 고도화 솔루션과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지원과 표준화, 인력 양성 등 기반 구축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제조업과 ICT 융합을 통한 제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리 제조업 현실에 적합한 스마트공장 기술개발을 추진한다. 올해부터 2020년까지 250억원을 투입해 표준 및 핵심 기술개발과 패키지 SW 개발에 나섰다. 품질평가인증체계 개발도 한 축이다.

하지만 스마트공장과 관련한 정부 업무가 분산된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가 출범하면서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업무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중기벤처부로 이관됐다. 산업부는 스마트공장 관련 기술개발과 기반 구축에만 관여한다.

기술 개발 및 기반 구축이 보급·확산 정책과 분리됨으로써 역량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관건은 스마트공장 보급·확산을 통해 뿌려진 초기 인프라에 차세대 핵심 기술을 접목해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국내 ICT 산업계도 주도 역할을 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2020년 2만개까지 보급한다는 정부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사업은 ICT융합을 통한 제조업 혁신을 위한 기초 인프라를 확충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향후 개발되는 스마트공장 핵심 솔루션과 표준화 기술 등을 이미 보급된 스마트공장에 접목시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