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밸늠, 개객기, 조오카, ㅂㅅ, ㅅㅂ. 눈으로 봐서는 무슨 말인지 모를 수 있다. 읽어보면 안다. 욕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욕 중 극히 일부다. 인터넷 입력 제한을 피하려고 만든 변형 욕이다.
얼마나 될까. 무려 11만개다. 네이버와 카카오 욕설 데이터베이스(DB)를 더한 개수다.
네이버에 따르면 정확한 숫자 파악이 어렵지만 가장 많은 욕설은 '씨X'이다. 줄여서 'ㅅㅂ'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뒤에 년이나 놈, 새끼 등이 붙는다. 상대방을 지칭하면서 비하할 때 쓴다.
건전한 토론의 장으로 출발한 인터넷 게시판과 댓글창이 온갖 욕설로 변질된 지 오래다. 익명성에 기대 비방, 비하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 글의 주제나 내용에 상관없이 마구 욕을 해대기도 한다.
2012년 인터넷 실명제 폐지 이후 인터넷 욕설은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날뛰기 시작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이 부랴부랴 욕설 표현을 입력하지 못하도록 막자 이를 우회하는 표현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발음을 교묘하게 바꾼 욕부터 영어나 초성만을 이용한 욕까지 다양하다. 글자 사이를 띄우거나 숫자, 특수문자를 삽입하기도 한다. 특수문자를 사용해 상대방을 비하하는 몸짓도 표현한다. 최근에는 문자나 단어 중심 규제를 피하기 위해 욕설이 담긴 이모티콘까지 등장했다. 국내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에 가면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누구나 만들어 등록하고 사용할 수 있어 청소년이나 어린이에게 무방비로 노출된다.
◇욕설 DB 통합 관리
네이버와 카카오는 5월 청소년 유해검색어 DB를 공동 구축한 데 이어 욕설·비속어 DB를 통합 적용, 자율규제 강화에 나섰다.
통합 작업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맡았다.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로부터 받은 DB를 통합해 심의위원회를 거쳐 확정하고, 이를 다시 두 회사에 전달했다.
KISO는 11만 건에 달하는 DB를 올해 말까지 중복 표현을 제거하고 조정할 계획이다.
욕설 판단 기준은 KISO 것을 따른다. KISO가 적용 중인 댓글·게시글 등의 삭제나 치환 기준은 혐오·욕설표현 등이 당사자에게 현저히 불이익을 주려는 의도가 명백해야 한다. 성별이나 지역, 출신처럼 본인이 선택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차별표현도 해당된다.
포털은 신고 등에 의해 접수한 욕설이나 비속어를 KISO 기준을 적용해 DB에 포함시킨다. 기준 적용이 애매한 경우 KISO 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한다.
KISO는 확정된 DB를 두 회사에서 쉽게 내려 받아 적용하도록 API를 제공하고, 서버도 구축키로 했다.
◇네이버·카카오, 욕설 대응 어떻게 하나?
네이버와 카카오는 건전하고 쾌적한 서비스를 위해 욕설 댓글과 스팸 댓글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도 운영한다.
욕설 대응은 네이버가 빨랐다. 2012년 11월 욕설 치환 기능을 적용하면서 리스트를 등록·관리하고 있다. 연예, 스포츠, 웹툰 등 댓글 서비스를 하는 게시판에 적용돼 있다.
네이버는 욕설을 차단어와 치환어로 구분한다.
차단어는 남녀 성기를 지칭하는 욕설이다. 작성 자체가 불가능하다. 약 300건이 차단어로 등록돼 있다. 치환어는 작성 시 'OOO'으로 바뀌는 욕설이다. 입력할 때마다 경고한 후 검토 결과, 상습 악플러로 판단되면 1일, 30일, 영구 정지까지 가능한 징계 대상으로 분류한다.
카카오는 2017년 7월부터 다음뉴스 댓글에 '욕설 자동치환 기능'을 적용했다. 작성된 뉴스 댓글에서 상대방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는 거친 비속어가 포함된 경우, 해당 문구는 ♩ ♪ ♬ 등 음표 기호로 자동 변환된다. 신고가 누적된 사용자는 댓글제한, 계정정지 등의 제재를 받는다. 다음뉴스와 카카오 플러스친구, 카카오스토리, 스토리채널, 카카오TV, 티스토리 등에 적용 중이다.
성과도 있었다. 카카오의 경우 욕설 음표 치환 기능 적용 이후 욕설 댓글이 6.8%에서 3%로 감소했다.
◇인터넷 욕설, 대책은
하지만 포털 자율규제는 한계가 있다. 말 그대로 자율이기 때문이다.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은 계정 정지밖에 없다. 새로운 계정 만들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박선국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포털의 혐오표현 모니터링 의무를 담았다. 포털에 혐오·차별·비하 표현 차단 수단을 제공할 의무를 부과하자는 게 핵심이다.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관련 표현을 발견하면 즉시 삭제토록 권한도 부여한다. 신고 되지 않은 게시물이나 댓글까지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혐오표현 개념과 범위가 명확치 않고 포털이 제재를 피하기 위해 과도하게 검열할 것이란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에 욕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고개를 든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인터넷 댓글 실명제와 관련해 “악성 댓글을 근절하고 타인의 인격권 보호를 위해 찬성한다”는 응답이 65.5%에 달했다.
하지만 인터넷 실명제 부활은 헌법까지 손대야 할 정도로 까다로운 작업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당시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명 이상인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인적사항을 등록한 뒤에야 댓글 또는 게시글을 남길 수 있도록 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4조 1항에 대해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인터넷 실명제가 어렵다면 차선책은 온라인상 커뮤니티에서 사용자 스스로 상호 감시하는 방법이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는 “게임의 블랙리스트처럼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스스로 걸러내는 게 최선”이라면서 “플랫폼에서 반복 욕설하는 사람에게 신고할 수 있다는 경고를 주는 것도 한 방법으로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압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