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끝에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품에 안았다. 지주 내 생명보험사인 신한생명과 합치면 업계 5위가 된다.
포트폴리오 다변화, 지급여력비율(RBC) 개선 등 시너지가 예상된다. 자산운용사 등 지주 내 여타 계열사와 상승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결합까지 오렌지라이프의 직원 고용승계와 신한생명과 화학적 결합, 잔여지분인수 등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
신한금융지주는 5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오렌지라이프 인수안을 의결한 뒤 라이프투자유한회사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라이프투자유한회사는 MBK파트너스가 ING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했던 특수목적회사다.
올해 6월 말 기준 오렌지라이프 자산규모는 31조5375억원으로 생보업계 6위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8위인 신한생명 자산규모는 30조7350억원이다. 두 회사 자산 규모를 단순 합산하면 총 자산규모는 62조2725억원으로 올라선다.
삼성생명 258조2881억원, 한화생명 112조5824억원, 교보생명 98조8327억원, NH농협생명 64조4416억원에 이어 업계 5위 규모다.
수익성도 대폭 증가된다.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의 올해 상반기 기준 보험사 매출액에 해당하는 수입보험료는 각각 2조896억원, 2조3928억원이다. 합산하면 4조4824억원으로 NH농협생명보다 많다. 이 기간 당기순이익은 오렌지라이프가 1836억원, 신한생명 649억원으로 합산하면 총 2485억원이다. NH농협생명 순이익 479억원을 5배 상회한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합병으로 비용 절감은 물론 시너지 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생명은 방카슈랑스, 오렌지라이프는 변액보험이라는 각기 다른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김세종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산규모가 증가한다는 것은 회사 인지도 상승은 물론 규모의 경제로 불필요한 비용은 최소화하면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방카슈랑스와 변액보험 등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은행계와 외국계 보험사의 합병은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험사 건전성 기준인 지급여력(RBC)비율도 개선돼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 부담도 덜게 된다. 6월 기준 오렌지라이프 RBC비율은 437.91%, 신한생명은 199.6%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수준(150%) 만큼 안정적인 RBC비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계열사 간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25조원에 이르는 오렌지라이프 운용자산을 그룹 내에서 통합 운용할 수 있는 만큼 수익률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삼성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등 그룹 내 대형 생보사를 보유한 자산운용사의 투자일임재산에서 계열 보험사 자금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6월 말 기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전체 투자일임 계약고 17조1174억원 가운데 보험사 자산은 고유계정 2조4761억원, 특별계정 7조6797억원이다. 추후 오렌지라이프의 자기자본 투자일임 수요와 변액보험 영업 확대에 따른 추가 자금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의 화학적 결합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중복 지점 통·폐합부터 노조 협상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지점 수는 6월 현재 각각 167개, 105개다. 중복 지점을 어떤 방식으로 조정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조직문화와 임금체계 등도 풀어야 한다. 오렌지라이프 노조는 매각 후 7년간 고용 보장, 매각가 10% 규모 위로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잔여 지분 확보도 중요과제다.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사는 계열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신한금융은 이번에 인수하는 59.15%를 제외한 40.85%를 공개매수를 통해 전부 사들여야 한다.
현재 신한금융그룹은 오렌지라이프를 당장 합병하지 않고 당분간 독립 법인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소액주주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 재무적으로 무리가 따르는 만큼 추가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수로 인한 성장 여력 감소와 다른 M&A 여력 축소 등 여러가지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주주가치 측면에서는 다소 부정적”이라며 “방카슈랑스보다는 인수 이후 운용 자산을 그룹 내에서 효과적으로 통합 운용해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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