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성장 중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차종 간 판매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올해 각사 판매를 견인할 차세대 SUV로 평가받던 현대자동차 '싼타페'와 한국지엠 '이쿼녹스' 간 지난달 판매 격차는 100배 이상에 달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싼타페는 8월 한 달간 1만대에 육박하는 9805대를 판매하며 SUV를 포함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링카에 등극했다. 같은 기간 이쿼녹스는 97대에 그치며 100대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올해 2월 출시한 4세대 싼타페는 6개월 연속 베스트셀링카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출고 대기 물량만 7500여대에 육박하는 등 계약도 꾸준히 늘고 있다. 높은 브랜드 인지도에 우수한 상품성이 인기 비결이다.
싼타페는 SUV로는 처음으로 연간 베스트셀링카 자리까지 넘보게 됐다. 지난달까지 싼타페 누적 판매는 7만1451대로, 지난해 베스트셀링카 그랜저(7만5944대)를 바짝 추격 중이다. 연말까지 현재 판매 추세가 이어진다면 그랜저 판매량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지난달 부분분경을 거쳐 출시한 투싼도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투싼은 지난해 11월 이후 8개월 만에 4000대 판매를 돌파했다. 현재 계약 대수도 6000대를 넘어섰다. 싼타페와 투싼 등 SUV 판매 호조로 지난달 현대차 내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7.4% 성장했다.

반면 한국지엠은 올해 내놓은 유일한 신차 이쿼녹스가 심각한 부진에 빠지면서 판매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쿼녹스는 출고 첫 달인 6월 385대에서 7월 191대로 하락하더니 지난달에는 97대까지 추락했다. 이는 생산 중단 후 재고 물량만 판매한 캡티바(93대)와 비슷한 수치다.
업계는 이쿼녹스 판매 부진 원인으로 철수설로 인한 쉐보레 브랜드 이미지 하락과 이쿼녹스 차량 자체의 인지도 부족을 꼽는다. 미국 현지와 비슷하게 차량 가격을 책정했지만 소비자 사이에선 경쟁 모델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쿼녹스가 예상보다 낮은 판매 실적을 기록하면서 한국지엠은 출시 넉 달 만에 판매조건을 대폭 강화했다. 이쿼녹스는 이달 200대 한정으로 200만원을 할인하고, 72개월 4.9% 할부로 구매할 수 있다.
SUV 주력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던 한국지엠 판매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지엠은 올해 올란도와 캡티바 단종으로 트랙스와 이쿼녹스 2종의 SUV만을 판매 중이다. 앞서 한국지엠은 향후 5년간 내놓을 신차 15종의 60% 이상을 SUV로 채워 경영 정상화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쿼녹스 판매 부진을 매우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말까지 판촉과 마케팅 활동 강화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며 “이쿼녹스에 대한 소비자 의견을 수렴해 향후 상품성 개선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