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사업자 간 인수합병(M&A)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연초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비롯해 케이블TV 인수 의지를 피력했고 CJ헬로는 딜라이브를 실사 중이다.
유료방송 합종연횡과 지각변동 새로운 서막이 머지않았다. LG유플러스 혹은 CJ헬로가 몸집 불리기 행보를 구체화하면 규모 확대 경쟁은 유료방송 전체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SK브로드밴드도 인수합병 경쟁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합종연횡 형태도 케이블TV 간 인수합병 등 동종결합은 물론이고 IPTV와 케이블TV 간 인수합병 등 이종결합도 나올 전망이다.
2016년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무산 이후 2년 만에 다시 M&A가 시도되는 건 현재 상태로는 지속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블TV는 2013년을 정점으로 매출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2016년 IPTV에 매출을 추월당했고 지난해에는 가입자 규모도 역전됐다. IPTV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확실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인수합병이 유효한 전략임이 분명하다.
유료방송 합종연횡은 당장 가입자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장기적으로 방송과 통신 이종산업 융합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 위한 포석이다.
인수합병 논의가 검토로 그칠 수 있다. 하지만 유료방송 합종연횡은 시기 문제일 뿐 가시화가 임박했다.
◇CJ헬로-딜라이브 인수합병
CJ헬로는 올 초 딜라이브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지지부진하던 논의가 일부 진전, 매각 주관사 삼일회계법인이 서류검토 수준 실사를 시작했다.
아직 가격 관련 논의는 오가지 않았다. 하지만 입찰 기한을 별도로 설정하지 않아 양사가 합의하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CJ그룹이 딜라이브 인수에 어느 정도 가치를 부여할지가 관건이다.
케이블TV 1위 CJ헬로가 3위 딜라이브를 인수하면 가입자 615만9182명, 시장점유율 19.64%(2017년 말 6개월 평균 기준)로, KT(KT스카이라이프 포함 30.54%)에 유료방송 2위 사업자로 부상한다. 2위 SK브로드밴드(13.65%)와 격차는 5.99%로 벌어진다. CJ헬로가 딜라이브를 인수하면 케이블TV 최대 사업자로 등극한다.
케이블TV 임원은 “덩치가 커지는 것만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면서 “PP 수신료, 홈쇼핑 계약, 인프라 구매, 투자 등 다양한 측면에서 유리해진다”고 설명했다.
유료방송 시장은 3개 IPTV 사업자와 CJ헬로 간 경쟁구도로 재편된다.
CJ헬로가 규모의 경제 실현에 성공하더라도 IPTV 사업자와 유효경쟁을 펼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가입자 규모는 늘리지만 이동통신 서비스 부재라는 한계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케이블TV 1위와 3위 사업자 간 결합이지만 정부 심사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양사 간 중복 권역이 없어 경쟁 제한은 이슈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케이블TV 2위 티브로드(점유율 10.24%)는 서울 노원구, 광진구 등 일부 권역에서 딜라이브가 아닌 CJ헬로와 경쟁이 불가피하다.
◇CJ헬로, 딜라이브 인수…LG유플러스, CJ헬로+딜라이브 M&A
유료방송 전문가는 “케이블TV와 IPTV 간 상품 경쟁력 차이는 차치하더라도 케이블TV는 이동통신이 없다는 '상품 비대칭'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아무리 덩치가 커지더라도 이통 결합상품을 앞세운 IPTV와 경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CJ헬로가 딜라이브를 인수하더라도 IPTV에 매각을 지속 타진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다. CJ헬로-딜라이브 합병법인을 인수 유력 후보로 LG유플러스가 거론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딜라이브 합병법인을 인수하면 단숨에 KT와 어깨를 견주는 유료방송 선두업체로 급부상한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딜라이브 합병법인을 인수할 경우 시장점유율은 30.53%로 급상승한다. 30.54%인 KT-KT스카이라이프를 턱밑까지 추격한다.
CJ헬로-딜라이브 가입자를 LG유플러스 이통 고객으로 유치하거나 케이블TV 가입자의 IPTV 가입 전환을 유도할 수 있다. 이통 시장은 물론 유료방송 시장 일대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당장 LG유플러스와 격차가 벌어지는 SK브로드밴드가 인수합병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1위 자리를 위협받는 KT 역시 케이블TV 인수를 타진할 수밖에 없다.
정부 심사는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LG유플러스의 권역별 가입자가 공개되지 않아 권역별 점유율 예측이 어렵다. SK텔레콤-CJ헬로 인수합병 심사 당시와 마찬가지로 권역별 점유율을 적용해 경쟁 제한 가능성이 확인되면 M&A가 불허될 수 있다.
◇LG유플러스, CJ헬로만 인수
CJ헬로의 딜라이브 인수 추진에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CJ헬로가 매각 협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IPTV에 보내는 시그널이라는 관측도 있다.
CJ헬로-딜라이브 인수가 불발되더라도 LG유플러스 혹은 SK브로드밴드가 CJ헬로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CJ헬로만 인수할 경우 LG유플러스는 점유율 23.99%, SK브로드밴드가 CJ헬로를 전격 인수하면 점유율 26.75%로 KT를 추격하며 확고한 2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KT로서는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유료방송 관계자는 “유료방송 가입자 한 명을 유치하는데 수십만원이 필요한데 인수를 통해 한 번에 수백만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내다봤다.
현재 알려진 몇몇 인수 시도가 논의에서 그치더라도 케이블TV 매각이나 인수 시도는 지속될 게 분명하다. 케이블TV는 브랜드파워에서 IPTV를 따라잡기 어렵다. 연구개발(R&D) 투자가 어려워 서비스 품질은 지속 하락한다. 규모를 키우든 매각을 하든 결정을 해야 한다.
유료방송 시장 변화 필요성은 지속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 시장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비롯한 인터넷 중심 플랫폼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현재 사업 구조로 시장 변화에 대처하기 어렵다.
유료방송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유료방송 간이나 방송과 통신 간은 물론 방송과 콘텐츠 산업 간 수직 결합도 일어나는데 국내 시장은 한참 늦었다”면서 “유료방송 인수를 시작으로 국내 미디어 시장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표>유료방송 M&A 시나리오별 점유율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