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4~13일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에 민간 암호화폐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제 티켓 판매와 VOD 관람은 물론 국제 필름 마켓, 각종 상품 구매를 DB코인(가칭)과 연동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79개국 22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문화 축제에 블록체인이 실용화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지정, 활용하는 민간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블록체인보안협동조합(이사장 유도욱)은 영화제 사무국과 관련 양해각서(MOU)를 교환, 영화제 기간에 암호화폐로 결제하는 플랫폼 개발과 상용화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우선 자체 발행한 DB코인을 통해 영화제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부스를 별도 운영할 계획이다. 당초 모바일과 온라인을 연동한 암호화폐 구매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시간 제약으로 암호화폐 구매 현장 부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코인으로 티켓 구매 시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적용할 계획이다.
코인 입출금 문제는 영화제 공식 파트너사인 부산은행, 경남은행 등과 지원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관람이나 VOD 콘텐츠를 암호화폐로 구매하는 시스템도 마련된다. 회원 수 수백만명을 보유한 콘텐츠 유통사인 A사와 조합이 제휴를 맺고 코인으로 영화를 관람하거나 영화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A사는 매월 80만명 이상이 유료결제를 통해 영화 콘텐츠를 구매하는 유력 콘텐츠 배급 기업이다. 국내 최대 유료영화 상영관도 보유하고 있다.
중장기로는 국제 필름 마켓 결제 수단과 쇼핑몰 운영 등으로 암호화폐 거래 용처를 넓힌다는 복안이다.
영화 필름 마켓 시장에서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로 상거래하고, 다양한 문화 상품과 제품을 쇼핑몰에 입점시켜 코인으로 결제하는 기업간(B2B) 및 기업·소비자간(B2C) 거래 시장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블록체인 기술이 결제 등 분야에 적용되면 암호화폐에 대한 대내외 부정 이미지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부산시는 부산을 블록체인 특화도시로 만드는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도 실천 공약으로 암호화폐 육성, 암호화폐공개(ICO) 기업 해운대 특구 입점 시 세제 혜택, 부산시 자체 암호화폐 B코인 발행 등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국제영화제는 76개국 신규 제작 영화 300여편이 상영되는 최대 문화 축제다. 32개 극장에서 상영하고, 유명 게스트 5232명을 초대한다. 아시아필름 마켓에서는 다수 바이어가 참가해 영화 판권 구매 경쟁을 벌인다. 티켓 예매 관람객만 22만명에 이른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은 “(블록체인보안협동조합과) MOU를 교환한 건 맞지만 조합에서 제시한 암호화폐 관련 사업에 대해서는 확정되거나 구체적으로 협의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번 암호화폐 결제 등은 사무국과 별도 논의된 바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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