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마이너스 성장 현실로..."플랫폼·게임사 체질변경 필요해"

국내 대형 게임사가 올해 실적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시장 포화로 신작 출시가 무기한 연기되거나 지연됐다. 기대를 걸었던 중국시장마저 자물쇠를 걸어 잠그며 진입이 불투명해졌다. 지난해 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던 이들 기업 체질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증권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9월 기준 넷마블 올해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 평균치)는 약 2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매출 2조4200억원에 비해 2000억원 줄었다.

7월 에프앤가이드가 분석한 넷마블 매출 컨센서스는 2조7000억원이었다. 두달 새 5000억원이 줄었다. 증권사 관계자는 “3분기 출시가 예상됐던 모바일게임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출시가 미뤄지며 연간 실적 전체가 하향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2조원 매출 돌파가 기대됐던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수준을 밑도는 1조7013억원으로 전망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모바일게임 '리니지M'을 기반으로 1조7587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2016년 9836억원에서 크게 매출을 늘렸지만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 우려도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예정이던 신작 출시를 일찌감치 2019년으로 미뤘다.

게임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시장 포화를 이유로 신작 출시를 미루는 경향이 짙어졌다”면서 “최상위권 게임이 대작 위주로 굳어지며 실패시 리스크가 커진 것이 이유”라고 말했다.

넥슨은 상반기 1조3667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넥슨 그룹은 지난해 약 2조3000억원 매출을 올렸다. 올해 최대 매출 경신이 가능하지만 구체적으로 내역을 들여다보면 건강한 성장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신작게임 효과보다는 중국 시장에서 '던전앤파이터'가 매출 늘린 덕분이다. 넥슨은 9월 기준 구글플레이 매출 10위권 내 자사게임을 하나도 올리지 못했다. 차이나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형사 실적이 뒷걸음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중국 진출이 장기간 막혔기 때문이다. 2017년 3월 이후 한국 게임사들은 2년 가까이 중국 시장에 신작을 내놓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외자판호(해외콘텐츠 유통허가)는 물론 내자판호(자국 콘텐츠 유통허가)까지 통제하기 시작했다.

넷마블 등 대부분 대형게임사는 올해 사업계획에 중국을 배제했지만 연내 판호 발급이 가능하다는 기대를 놓지 않았다. 대형게임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상당한 부담과 충격으로 받아들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펄어비스, 펍지 등 신진 게임사도 '검은사막' '배틀그라운드' 등 글로벌 흥행게임을 중국 시장에 서비스 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넷마블게임즈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 넷마블게임즈 임직원들이 춤을 추며 상장퍼포먼스를 하고있다. 사진-넷마블게임즈
2017년 넷마블게임즈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 넷마블게임즈 임직원들이 춤을 추며 상장퍼포먼스를 하고있다. 사진-넷마블게임즈
게임업체가 몰려 있는 판교테크노밸리. 사진=전자신문 DB
게임업체가 몰려 있는 판교테크노밸리. 사진=전자신문 DB

국내 게임업계는 올해를 기점으로 제작 시스템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체질변화가 급하다고 주문했다.

이정엽 순천향대 한국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구글 등 한국 시장에서 지배력을 가진 게임사가 수수료를 낮추는 등 현실적인 도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게임사가 위축되면 결국 플랫폼에도 여파가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게임사는 피로감이 극에 달한 확률형아이템 비즈니스모델(BM) 외 다른 방법을 찾아야 영속성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중견 게임사는 중국 등 규제 지역에서도 우회접속이 가능한 웹브라우저 베이스 게임을 선점하는 식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