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답은 현장에서 나온다

[기자수첩]답은 현장에서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저희와 직접 접촉하려 하지 않습니다. 은행이나 협회를 통해 (지침을) 전달할 뿐입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과 직접 만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맥 빠지는 대답이었다. 업계에서는 암호화폐, 개인간거래(P2P) 전담 조직 신설이 청신호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금융혁신기획단은 출범한 지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내 2위 거래소 '업비트'조차 만나지 않았다.

미적지근한 태도는 여러 역차별을 낳고 있다. 해외 거래소가 국내에 속속 진입하는 반면에 국내 거래소는 해외 진출 때 우회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정부 규제에 걸리지 않는 선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셈이다.

중소형 거래소 '집금계좌'(일명 벌집계좌)도 또 다른 결과물이다.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은 은행을 통해 실명계좌를 발급하는 과정에서 발이 묶인다. 반면 명단에 올라 있지 않은 몇몇 거래소는 집금계좌로 거래량을 늘리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거래소 순위 판도가 크게 바뀌고 있다.

암호화폐 생태계가 '투기' 또는 '사기'라는 시선 탓이다. 물론 올해 발생한 몇 차례 거래소 해킹과 대형 사기 행각을 무시할 수는 없다.

블록체인 전망에 대한 의구심도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러 암호화폐공개(ICO) 가운데 상용화된 프로젝트 비중은 미미하다. 기술을 대하는 일반 사용자 피로도도 상당하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은 구동 원리를 몰라도 사용할 수 있지만 블록체인은 그렇지 않다. 업계에서도 가시화된 블록체인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자각하고 있다.

제주에서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 2018이 개최됐다. 행사는 실생활에서 활용 가능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기술 소개에 중점을 맞췄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런 현장 목소리를 정부가 들어야 한다. 블록체인은 차세대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하면서 암호화폐와 거래소는 사행성 틀 안에 가둬 두면 안 된다. 블록체인 플랫폼 운영 대가가 암호화폐(토큰)이며, 그 가치는 거래소를 통한 공급과 수요에서 정해진다.

'블록체인 특구'를 요청한 제주도를 비롯해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선 현장 관계자를 수차례 만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가 규제 근본을 해결할 수 없다. 금융 당국이 협회뿐만 아니라 암호화폐거래소 및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야 한다. 그래야 답을 찾는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