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정보통신·서비스 분야 기업인들은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 미만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내놓은 2.8% 전망치와 비교하면 간격이 크다. 그만큼 기업인에게 체감 경기가 낮다는 의미다. 기업인 상당수는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이 우리 경제를 지탱하겠지만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집권 1년 반을 맞은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이 기업 경영 활동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했다.
전자신문은 창간 36주년을 맞아 9월 4~14일 업종별 276개 기업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제조, 정보통신, 서비스, 금융, 교육, 의료, 운송·유통 등 다양한 기업 대표들이 참여했다. 규모별로는 대기업, 중견기업, 소기업, 벤처 등이다. 설문 조사는 구글독스를 활용했다. 설문 문항은 정부 경제 정책 관련 23개로 구성됐다. 신뢰도 95%에 표준오차 ±3.1%포인트(P)이다.
조사 결과 응답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54.1%가 내년 경제성장률을 2% 미만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16.7%는 1% 미만으로 낮게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최근 전망한 내년도 성장률 2.8% 수준에는 응답자 13%만이 공감했다. 3% 이상 고성장 응답자는 6%에 그쳤다.
기업인들은 수출 경쟁력 지속 하락과 중국 등 경쟁국 부상을 우리에게 미치는 악재로 지목했다. 현 정부 경제 정책이 지금과 같은 저성장 기조에서는 역효과가 큰 것으로 봤다.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도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두 배 이상 앞섰다.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해서는 '못하고 있다' 23%, '매우 잘못하고 있다' 28.6%로 나타났다. 25.6%만이 '잘하고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경제 정책 가운데 소득주도성장 평가가 가장 초라했다. 응답자 54.1%가 '못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기업 경영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응답자 58.9%가 악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긍정 영향은 19.9%에 그쳤다. 최저임금 급등,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제로화, 통상임금 부담 확대 등으로 기업 부담이 가해진 데 따른 결과다.
혁신 성장 정책에 대해서도 답답해 했다. 응답자 62.6%가 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 대비 혁신성장 정책이 뒤처졌다고 답했다.
규제 혁신 갈증도 컸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규제 혁파를 주창했지만 실질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가장 큰 애로 사항이었다. 응답자 83.5%가 우리나라 기업 규제 수준이 선진국보다 높다고 답했다. 가장 심각한 규제 분야로는 신산업 등 각종 인허가 규제를 꼽았다. 노동 및 근로 규제,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 등 순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내 규제 개혁과 혁신 성장 정책을 전담할 조직 신설 또는 강화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14.2%가 '매우 필요', 31.0%가 '필요'로 각각 답했다. 4차 산업혁명 대응 등을 위한 혁신 성장 정책 중요성에 비해 청와대 컨트롤타워 역할이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박재민 건국대 교수는 “정부가 혁신 성장과 소득 주도 성장을 유연하게 통합 설계를 하지 못해 결국 '뫼비우스 띠' 양면이 됐다”면서 “혁신 정책은 시장 기대 이상으로 기획하고 실천해야 하는데 정부가 아직도 혁신 의지를 분명히 담아 내지 못하면서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표1>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
1.0% 미만 (16.7%)
1.0~2.0% 미만 (37.4%)
2.0~2.5% 미만 (27%)
2.5~3.0% 미만 (13%)
3.0~3.5% 이하 (4.1%)
3.6% 이상 (1.8%)
<표2>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 평가
매우 잘하고 있다. (7.4%)
잘하고 있다. (18.2%)
보통이다 (22.8%)
못하고 있다. (23%)
매우 잘못하고 있다. (28.6%)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