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16>두 성장정책, 통합·연계 가능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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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는 소득 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 두 축으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혁신 성장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것이고, 소득 주도 성장은 함께 잘사는 성장을 하자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 가운데 하나만을 선택할 수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고용과 분배 관련 통계를 놓고 이들 두 성장 정책 실효성 논쟁이 첨예하다. 대체로 혁신 성장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는 것 같은 반면에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해서는 시각 차이가 커 보인다. 그러나 논쟁이 치열해지는 한편으로 두 정책 기조가 이토록 첨예할 만큼 상반된 것인가는 의문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일부 정책 영역에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두 정책 기조가 훨씬 서로 맞닿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그 가운데 하나가 우리가 흔히 과학기술 혁신 정책이라 부르는 영역이 아닐까 한다.

이제 한번 따져 보자. 잘 알려져 있듯 혁신 성장 측면에서 우리 중소기업의 기술 경쟁력 제고는 빼놓을 수 없는 목표라 할 수 있다. 이들 중소기업의 기술 혁신 역량을 높이는데 여러 정책 수단이 있겠지만 일부 전문가는 연구 인력에 초점을 맞춰 중소기업 지원책을 설계하자는 제안을 해 왔다.

다시 말해서 당장 연구개발(R&D)에 소요되는 직접 비용이나 인프라에 초점을 두는 것보다 이것을 수행 또는 만드는 '역량', 그 근본이 되는 '사람'에 초점을 더 두자는 것이다. 물론 이 방식이 소득 주도 성장 정책 전형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현재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혁신-소득 주도 모두에 부합하는 정책 사례가 아닌가 여겨진다는 것이다.

이미 4만개에 다다른 기업 부설 연구소 역시 고려해야 할 혁신-소득 주도 성장을 연계하는 플랫폼이다. 1981년 기업의 R&D 활동을 활성화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돼 2004년 1만개, 2010년 2만개, 2014년 3만개를 넘어 올 3월 4만개를 넘겼다. 그러나 이런 성장의 뒤안길에서 연구소당 평균 연구원 수는 2007년 12.9명에서 2015년 10월 9.0명으로 줄었다. 특히 대기업은 이 기간에 85.3명에서 98.3명으로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은 7.9명에서 5.6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의 한 원인으로 언급되는 중소기업 연구소에 대한 요건 완화 조치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이처럼 중소기업이 R&D 역량을 확충하는 게 쉽지 않다면 이들 중소기업 연구소에 대한 인건비 보조나 고용 바우처 정책은 일자리를 매개로 혁신과 소득 주도 성장이 공통분모로 하는 정책이 아닐까 하는 판단이다.

더욱이 과기 혁신 정책 분야에 이 같은 정책 사례는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 이유는 이것이 혁신 성장의 틀을 전형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일 과기 혁신 정책이 일자리와 소득에 긍정 기능을 할 수 있다면 혁신 성장에 긍정 기능을 하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나 사업이 없다고 단언할 수도 없지 않을까 하는 역설이 성립한다.

정책의 승패가 명칭이나 정책 기조를 설명하는 짧은 문구 또는 그 겉모습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 정책을 어떻게 창의 설계를 하고 효과가 발현될 수 있도록 운영하는가도 그 이상 중요하다.

소득 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은 겉보기에 서로 다른 면이 더 두드러져 보였을 뿐 어쩌면 뫼비우스 띠의 양면인지도 모른다. 정부가 고심해야 할 것은 이 둘을 잘 구분해서 기능을 설계하는 것만큼이나 양 축의 접점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 시너지를 일궈 내는 데 있다. 한 번 꼬아 끝을 잇는 뫼비우스 띠의 창의성을 정부에 기대한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