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첨단 의료 시장을 선도하는 배경은 데이터 활용에 있다. 정부 주도로 수만명이나 되는 심방세동 환자 데이터를 확보,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픈하고 있다. 미국은 유전자 정보 프로젝트를 통해 200테라바이트(TB)에 이르는 유전자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다. 민간 기업도 보건의료 데이터를 상업용으로 활용하는 공유 체계가 구축돼 있다. 국가 차원에서 보건의료 빅데이터 생태계 조성에 힘쓴다.
국내에서도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대형 병원이 축적한 비정형 의료 데이터를 유의미한 정보인 정형 데이터로 바꾸기 위한 표준화 작업을 하고 있다. 빅데이터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의료빅데이터연구센터를 개소했다. 기존 의료빅데이터와 융합데이터분석 연구·산업화 모델 개발 및 데이터 정보화 분석 플랫폼도 구축한다. 서울아산병원은 헬스이노베이션빅데이터센터, 세브란스병원은 의료영상데이터사이언스센터(CCIDS)를 각각 열었다. 분당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은 환자 빅데이터를 연동, 표준화된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다.
선진국에 비해 늦었지만 대형 병원 움직임은 미래 의료 경쟁력 제고를 위해 환영할 만하다. 미래 의료 서비스는 예측과 진단에서부터 치료와 사후관리까지 모든 과정이 통합 관리되면서 발전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빅데이터 연구 투자 권유와 예산 지원도 미래를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정작 병원을 관리하는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빅데이터 활용에 제동을 걸고 있다. 부처 간 엇박자는 현장에 혼란을 준다. 물론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는 철저히 대비해야겠지만 이미 빅데이터는 세계 대세다. 미국은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개인 동의 등 절차를 거치면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약을 풀었다. 앞서 가긴 어렵더라도 선진국을 벤치마킹해 규제에 유연히 대응하면서 빅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의료 분야 미래 경쟁력은 데이터에서 나온다. 범부처 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