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측 정당 대표단이 19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났다. 남북 정치 지도자간의 만남은 분단 이후 처음이다.
전날 '일정 차질' 등을 이유로 불발됐던 회담에서 정당 대표단은 연내 남북의회회담 개최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3·1운동 100주년인 내년에 공동행사를 개최하자는 의견도 피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민주평화당 정동영,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평양 만수대 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최금철 조선사회민주당 중앙위 부위원장을 만났다.
오전 9시50분께 만수대 의사당 접견실에서 만난 남북 정치 지도자들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이정미 대표는 김영남 상임위원장에게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해찬 대표는 “바쁘신데 이렇게 시간을 내주시고 면담을 해 주셔서 고맙다”며 전날 일정차질에 대한 사과를 전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학수고대 보람이라는게 바로 오늘 같은 광경을 두고 쓰던 의사 표시”라면서 “아름다운 마음으로 더 뜨겁게 합심해서 통일 위업 성취에 매진해 나갑시다”라고 화답했다.
정동영 대표는 10년전 만남을 회상하며 “변함이 없으시다”라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이해찬, 정동영 대표에게 '마찬가지'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우리 통일 위업을 성취할 때까지는 영원한 이 모습대로 활기있게 싸워 나가자. 졸장부가 되지 말고 대장부가 되자. 민족의 대의는 통일 위업”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해찬 대표는 “6·15 정상회담 하고 나서 잘 나가다 정권이 바뀌면서 11년간 남북관계가 단절됐다. 여러 손실이 많았다”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다시 집권을 했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영속적으로 갈 수 있도록 튼튼하게 만드려고 단단히 마음먹고 (평양에) 왔다”고 강조했다.
이후 정당 대표단과 최고인민회의 지도자간의 회담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오전 10시40분까지 진행됐다.
정당 대표단은 회담 전 전날 회담 불발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이해찬 대표 등은 전날 오후 3시30분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등을 면담하기로 돼 있었으나 해당 장소에 나오지 않았었다. 그러면서 '일정 차질' '대표간 간담회'라는 선뜻 이해할 수 없는 해명을 했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급'이 낮은 북측 인사와의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당초 정당 대표단은 이날 회담한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아닌, 안동춘 부의장을 비롯해 리금철 조선사회민주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림용철 조국통일위원회 민주주의전선 중앙위 서기국 부국장 등을 만나기로 돼 있었다.
이해찬 대표는 “정상회담 배석자 숫자가 갑자기 예상보다 많이 줄어드는 바람에 장관들이 이쪽에 합류를 했다”면서 “그래서 당 대표 3명과 장관들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돼 우리 쪽이 불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친서와 선물은 이미 전달됐다고 덧붙였다. 문 의장은 친서와 함께 '우리의 소원 통일!'이라고 적은 휘호를 족자로 만들어 보냈다.
면담 일정이 다시 잡힌 배경에 대해선 “어제 연회장에서 '(사정이) 이렇게 됐는데 오늘 면담을 해야 한다'고 하니까 김정은 위원장이 '당연히 하셔야 한다'며 즉석에서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