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통신 요금인가제, 한국만 있는 희귀 규제

통신 요금인가제는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보기 힘든 희귀 규제다. 1위 사업자 시장지배력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장치로 도입했지만 점차 시장경쟁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인식됐다.

주요국에서는 요금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통신서비스 질을 높이는 정책을 추구한다.

미국은 요금표 공시 의무만 부과할 뿐 요금 규제가 없다. 다만 독점력 강한 유선 시내전화 시장에서 가격상한제 규제가 존재한다. 독점 폐해를 막기 위한 장치로 독점과 거리가 먼 우리나라 시장에 대입하기는 무리다.

미국은 시장자율을 중시해 사전규제를 최소화하는 대신 사후규제가 엄격하다. 요금 담합 등 위법이 발생하면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사후중지명령 등 조치를 취한다.

일본은 이동통신 1위 사업자 NTT도코모에 요금인가제를 적용했지만 지금은 신고제마저 없는 나라가 됐다. 1998년 유선 포함 모든 통신요금을 신고제로 전환했고 2004년 이마저 폐지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독점력이 있는 유선전화 일부만 규제를 남겨두었다.

일본은 요금인가제 폐지 이후 요금인하 경쟁이 펼쳐져 시장경쟁 효과를 보여준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

영국은 유선전화 요금만 규제했으나 2006년 가격상한제를 폐지하면서 요금규제를 전면 폐지했다. 반경쟁 목적만 아니면 통신사가 자유롭게 요금을 결정한다. 심지어 물가상승률만큼 요금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2015년 통신 소매시장 요금인가제 폐지 방안을 발표하면서 사전규제 한계를 인정했다.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시장지배적사업자 요금 인상이나 불공정경쟁을 억제하기 위해 인가제를 도입했었다”면서 “그러나 요금 적정성 판단이 어렵고 인가절차상 요금 출시가 지연되는 등 경쟁제한 요소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요금인가제 폐지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 제출했으나 19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후발사업자가 요금인가제 폐지를 반대하는 게 걸림돌이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